“딸은 계약서 찢고, 아내는 명품시계 버리고, ‘집사’는 상품권 파쇄하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 금품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인물들이 법정에서 쓰일 ‘증거물’을 검찰 수사망이 조여오자 급하게 없앴다는 진술이 잇따르고 있다. 폐기된 증거물들에 들어간 박 전 회장 돈은 7억원이 넘는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는 2007년 9월말 계약한 미국 뉴저지주 주택 구매 계약서를 “박 전 회장 수사가 시작된 올초에 찢어 버렸다”고 최근 진술했다.
정연씨는 “매매가 160만달러인 이 주택에 45만달러를 지불했다”며 “어머니가 대줄 것으로 알았던 잔금 115만달러는 그대로 남아있고 계약도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계약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증명 서류를 없앴다는 것과 관련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면서 의혹을 품고 있다.
검찰은 지불된 금액 가운데 40만달러는 박씨의 홍콩 APC계좌에서 미국으로 송금된 것을 확인했다.
5만달러는 권양숙 여사가 2007년 5월 누군가에게 빌려 정연씨에게 송금한 10만달러의 일부인데, 권 여사가 6월말에 박씨 돈 100만달러를 받아 이 ‘빚’을 갚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45만달러 모두 박씨 주머니에서 나온 셈이다.
검찰은 주택 구매에 쓰인 돈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미국 부동산업체에 정연씨가 폐기한 부동산 매매계약서 자료를 요청했다.
권양숙 여사도 2006년 9월 박씨한테 노 전 대통령 회갑 선물로 받은 1억원짜리 시계 2개를 없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환조사에서 스위스제 명품시계 ‘피아제’의 행방을 묻는 검사에게 “집사람이 내다버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씨가 수사선상에 오른 올초에 권 여사가 폐기했고, 노 전 대통령은 시계를 받은 사실도 몰랐고 본적도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안살림을 떠맡았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2005년 1월 박씨한테 받은 백화점 상품권 1억원어치를 집에 보관해오다 “지난해 2월 분쇄기에 넣어 갈아버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당시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된 조사 대상이던 정 전 비서관이 압수수색으로 상품권이 발각될 것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증거물들이 실제 폐기됐는지는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다. ‘진술’뿐이기 때문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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