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 아닌 ‘자리나누기’ 불쾌… 진정성 부족도 원인
내년 지방선거 ‘친박 결속 약화’ 술수 사전차단 의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7일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의 ‘탕평 인사카드’를 뿌리친 표면적인 이유는 절차상의 문제다. 정의화·안상수·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언한 상황에서 김무성 의원을 합의 추대하는 것은 자유투표로 선출하도록 돼 있는 당헌·당규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속내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류 측의 당직 배분을 선뜻 수용할 명분이 부족했다. 4·29 재보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당 쇄신책이 논의 중인 마당에 원칙에도 맞지 않게 자파 인사의 당직만 챙길 경우 ‘계파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당이 잘해서 국민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에서 그 같은 우려를 읽을 수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계파간 자리 나눠먹기 등 구태정치 구현이 아니라 투명한 공천, 진정한 당화합 등을 시스템화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당이 편법이 아니라 당 쇄신을 통한 정공법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류 측의 화해 제스처에 진정성이 부족한 점도 반대 이유가 됐다. 주류 측이 박 전 대표와의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김무성 카드’를 흘려 진정성을 의심받은 것이다.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주류측이 공식 제안 없이 ‘박근혜 총리설’을 언론에 흘려 박 전 대표의 의중만 떠봤던 일이 박 전 대표의 기억에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절대 같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친이계의 ‘위장전술’에 휘말려 친박 진영의 단결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게 친박 진영의 판단이다.
당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대비해 자파 세력 다잡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 친박 인사들을 당직이나 내각으로 차출해 친박 진영을 교란시키려는 친이 진영의 노림수를 사전에 차단하는 동시에 향후 친이 측과의 진검승부를 위해 친박 세력의 결집을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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