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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를 이틀 앞둔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임채진 검찰총장(가운데)이 문성우 대검차장(왼쪽), 한명관 기조부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허정호 기자 |
◆박연차 진술 신빙성 흔들리나=2005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박씨 돈 5억원을 포함해 7억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정욱씨는 28일 공판에서 “박씨 돈 5억원은 안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씨한테 불법 선거자금 10억원을 받아 쓴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은복 전 김해시장도 “5억원을 빌렸다가 갚은 적이 있을 뿐”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앞서 박씨 등에게서 2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도 “박씨한테 한 푼도 안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씨 진술을 빼면 이 사건 실체가 없다”며 “박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 전 대통령 측 논리와 비슷하다.
검찰은 그간 줄곧 박씨 진술의 신빙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수사팀이) 확실한 근거만 들이밀면 박씨는 돈을 건넬 당시 정황을 정확하게 진술한다”고 설명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정치인도 박씨와의 대질조사 후 순순히 시인했다고 한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눈 것은 “(노 전 대통령이) 먼저 요구해 그냥 돈을 줬다. 빌려준 게 아니다”는 박씨 진술을 믿기 때문이다.
박씨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리고 법원이 이를 수긍하면 무죄 선고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검찰은 겉으론 평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래 법정에 가면 다 그렇게 진술을 바꾼다”며 “검찰은 진술 외에 다른 증거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환도 안 했는데 불구속?”=요즘 검찰을 괴롭히는 것은 또 있다. 검찰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불구속 수사론이 그것이다. 한동안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론되더니 이젠 언론 일부와 종교계, 시민단체까지 나서 노 전 대통령 구속수사에 반대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불구속기소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거나 “검찰이 정치권 눈치를 살핀다”는 식으로 분석한 일부 관측과 언론 보도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 도중 “수사팀 분위기를 꼭 알려야겠다”며 작심한듯 수사검사 불만 사항을 전달했다.
검찰도 노 전 대통령 신병 처리를 놓고 고심하는 건 사실이다. 검찰 지휘부가 소환조사 후 6∼7일 정도 여유를 갖고서 다음 달 초 전국 고검장회의 등을 열어 일선 의견을 수렴키로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홍 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을 철저히 수사한다. 다만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는 최대한 갖춘다”는 말로 구속과 불구속 사이에서 고민 중임을 내비쳤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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