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27일 지난해 금융위기 발발 이전 시점에 발간된 세계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돼지인플루엔자가 세계에 확산되면 경제 부담이 총 3조달러(약 40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전했다. 이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잠식하는 수준이다. 런던 소재 ‘세븐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저스틴 스튜어트 이사는 “정말 안 좋은 시점에 인플루엔자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며 “(세계경제의) 상처 난 곳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멕시코와 미국이다. 가뜩이나 경제난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기대고 있는 멕시코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멕시코의 아구스틴 카스텐스 재무장관은 “상황이 매우 위중할 수 있다”며 “인간의 생명에 미치는 위험도 크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고기 섭취를 통한 감염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이 러시아에 이어 미국·멕시코산 돼지 수입을 제한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이 지역 돼지고기 제품의 수입금지를 검토하고 있고, 나머지 국가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IMF와 세계은행 합동개발위원회는 26일 멕시코에 의약품과 의료장비 제공을 위해 총 2500만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1억8000만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관광·여행 및 항공산업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타임스는 돼지인플루엔자 소식이 2002∼03년 중국, 홍콩 등 아시아경제를 강타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연상시킨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항공·호텔·관광 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금융위기 여파로 위기에 처한 빈국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돼지인플루엔자 발발로 세계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 탓에 국제유가는 27일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2% 이상 떨어졌다. 지난주 상승세를 보였던 유럽 증시도 이날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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