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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성적자료 공개] 마침내 열린 ‘판도라 상자’… 의미와 파장

입력 : 2009-04-15 20:16:45 수정 : 2009-04-15 20: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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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과 경쟁… MB정부 교육정책 코드 맞추기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지난해 11월13일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이제원 기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5일 베일에 싸여 있던 5년간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자료를 공개했다. 교육 당국이 서열화로 인한 과열 경쟁, 사교육 조장, 교육과정 정상운영 저해 등을 우려해 공개 자체를 ‘금기(禁忌)’로 여겨온 그동안의 방침을 바꾼 것이다.

‘자율과 경쟁’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맞춰 정보공개를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시?도 간, 시?군?구 간, 학교 간은 물론 평준화 지역에서도 확연한 성적 차이를 보여 향후 사회적 파장과 평준화 실효성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수능성적 왜 공개했나=지난해 9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당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사회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교과부는 고심 끝에 지난달 16개 시?도 및 232개 시?군?구 단위로까지 국회의원에게만 성적 열람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정치권의 자료 열람에 앞서 한발 더 치고 나가 평가원이 먼저 자료를 분석?공개한 것은 무분별하게 자료가 가공, 해석되면서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정지작업’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교수시절인 2006년 정부를 상대로 수능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벌였고, 서울행정법원은 수능 원자료를 공개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결이나 정치권의 요구와 무관하게 성적 공개는 예견돼 왔다. ‘평등’을 중시한 과거 정부와 달리 현 정부 교육정책의 기치는 ‘자율’과 ‘경쟁’이다.

자율형사립고 등 다양한 종류의 학교 설립을 통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높이고 학교?지역 간 경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 공개가 불가피했다는 판단이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지난 2월 처음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교육과정평가원 김성열 원장은 “성적 공개를 통해 얻는 이익이 비공개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역 간 서열화 불가피…, 논란 거세질 듯=교육당국은 2005?2009학년도 수능까지 5년간의 성적 가운데 일반계 고등학교 재학생의 언어, 수리, 외국어 등 3개 영역의 성적만 공개했다. 일반계 고교에는 자립형 사립고와 예체능계 고교,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 등을 포함했고, 전문계 고교와 재수생은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열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능 1?9등급을 ‘1?4등급’ ‘5?6등급’ ‘7?9등급’ 3개로 나눴다. 개별 학교명과 성명 등의 정보는 물론 학교별, 지역별 원점수?표준점수 평균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열람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서약서’까지 받는 등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교육당국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16개 시?도 및 232개 시?군?구별 성적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게 됐다.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서열화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학교의 성적은 유권자의 표와 연결된 교육감이나 자치단체장들로 하여금 과열 경쟁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교 선택권’이 없는 평준화 체제에서도 학교?지역 간 차이를 드러내 평준화 제도를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한 교육당국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게 됐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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