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가 검거되기 전 열흘간 숨어 지냈던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 쪽방 집 주인 장모(74.여)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계약할 때 정씨가 언론에 나온 납치 용의자인 줄 전혀 알아채지 못했으며, 계약 이후로는 정씨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장씨에 따르면 정씨는 공개수배 하루 전인 2월 17일 찾아와 방을 둘러본 뒤 다음 날 낮 전화를 걸어 "이사를 할 테니 열쇠를 달라고 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금도 안 치르고 열쇠부터 달라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자 그날 찾아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8만원의 방값을 서둘러 치렀다. 보증금으로는 새 수표 10장을 건넸다는 게 장씨의 전언이다.
장씨는 "당시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어 감기에 걸렸거니 생각했다. 그쪽에서 계약기간을 6개월로 하자고 했으나 나는 최소 1년 이상을 요구해 1년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도배, 장판 등을 새로 해달라는 요구 등을 전혀 하지 않고 서둘러 계약하는 모습을 보며 '어디서 쫓겨났거나 참 급한 상황이구나' 생각했다고 장씨는 덧붙였다.
정씨는 경찰 추적을 따돌리고 신분을 감추려 견인차 기사로 같이 일했던 손모(33)씨 명의로 장씨의 다세대 주택 쪽방을 계약한 뒤 지난 열흘간 생활해왔다.
취재진이 찾아간 정씨의 은신처는 6~7평 남짓의 단칸방으로, 새로 산 듯한 TV와 데스크톱 컴퓨터, 밥통, 청소기 등 가전제품이 갖춰져 있었고 그 밖의 잡다한 가재도구 등도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가재도구는 지난달 17일 700만원 상당의 위폐를 주고 구입한 오토바이를 되팔아 챙긴 현금 400만원으로 장만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정씨가 지폐를 태웠다고 밝힌 쪽방 앞 공간에는 경찰이 지폐 재를 모두 수거해간 뒤였음에도 흔적이 남아 있는 상태였고, 도피생활하는 동안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도 마당 한구석에 놓여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제품을 모두 새로 들여놓고 케이블TV나 인터넷 등을 연결하려 했던 점으로 미뤄 도피생활 장기화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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