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유발 판정 때도 해당 26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중상해’ 판단 기준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헌재가 보험가입 운전자일지라도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힌 경우 기소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중상해 기준으로 형법 258조 1, 2항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련 조항은 생명의 위험이 발생했거나 상해로 불구 또는 불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 조문만으로 중상해가 무엇이라고 딱히 말하기는 쉽지가 않다.
외국 법률도 중상해 기준이 모호하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에 속한 오스트리아 형법은 중상해를 ‘상해가 24일 넘게 지속하는 건강 침해를 초래한 경우 또는 상해가 그 자체로 중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상해 규정에 대한 법원 판례도 그리 많지 않다. 대법원에서는 “다리가 부러져 1∼2개월 동안 입원해야 하는 상해 또는 오른쪽 가슴을 흉기로 찔려 3주 동안 치료를 받아야 상해는 중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나온 적 있다. “피해자가 실명한 경우 중상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중상해 여부를 가리는 명백한 기준이 없어 형법 조항과 관련 학설에 의존해야 한다”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신체 일부가 절단되거나 그 기능이 상실될 경우 중상해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법원이 중상해로 간주하는 구체적 사례로 실명, 혀 절단, 성기 절단, 정신병 유발, 척수장애 등을 들 수 있다. 신체적 상해가 정신질환 발병으로 이어진 점이 입증되면 이것도 중상해에 해당한다. 뇌 기능 손상이 정신 기능 손상을 초래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향후 교통사고 피해자의 중상해 여부를 가려낼 1차적 책임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있다. 헌재 결정의 취지는 중상해로 판단될 경우 과감히 기소하라는 것인 만큼 수사기관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상해가 무엇인지 앞으로 구체적 사건을 처리해 나가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법원 판례가 축적돼야 중상해 판정 기준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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