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북한의 핵 보유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핵심은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북핵정책도 폐기에서 비확산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 정부는 정책 변화는 없다며 거듭 손사래를 치지만, 한국 언론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핵보유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두 사안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한 일이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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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6월 핵시설 불능화 조치에 따라 폭파한 영변 원자로 냉각탑(점선 내)과 냉각탑을 지상에서 본 모습(사진 오른쪽). 세계일보 자료사진 |
북한은 분명 2006년 10월9일 핵실험을 했다. 당시 폭발 강도가 너무 약해서 직후에는 핵실험이라고 단정하지 못했지만, 핵실험 시 방출되는 특정 방사능 기체가 확인됨에 따라 미국 백악관은 일주일 뒤인 10월16일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통상적인 핵실험의 강도가 20kt인데 반해 북한의 핵실험 강도는 1kt에도 채 미치지 못해 성공을 둘러싼 논란은 있으나, 핵실험 자체는 인정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 폭발장치와 플루토늄 등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증명됐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것이다. NPT는 제9조 3항에 핵무기 보유국을 1967년 1월1일 이전에 핵무기 또는 기타 핵폭발장치를 제조하고 폭발시킨 국가로 규정하며, 여기에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만 해당된다. 나머지 국가는 모두 핵비보유국으로 분류되고, 이들 국가는 핵보유국으로부터 핵무기나 그 제조기술을 이전받지 못할 뿐 아니라 자체에서 핵무기 개발도 할 수 없다.
또 이를 검증받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각종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 즉 NPT에 따라 5개 핵보유국을 제외하고는 어느 국가도 핵보유국이 되지 못하도록 제한된 것이다. 2006년 10월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한 핵실험에 관한 결의 1718호를 채택하면서, 북한은 NPT에 따라 핵보유국 지위를 보유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한 바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NPT에 가입하지 않고 자체에서 핵을 개발하는 경우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3개국이 있는데, 이들은 흔히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정치적 개념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누리지 못한다. 또 이들은 NPT 비가입국이기에 IAEA 사찰도 받지 않으며,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해도 제재의 근거가 없다.
이들 3개국과 북한의 차이는 NPT 가입에 있다. 1985년 NPT에 가입한 북한은 200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했으나, 이에 따른 조약상의 지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NPT 평가회의에서도 북한의 명패를 의장 직권으로 보관하고 있다.
북한은 탈퇴를 주장하나, 국제사회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도 북한이 NPT 탈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실험을 했기에 나온 것이다.
국제사회의 인정 문제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은 이들 국가가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테러단체에 이전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상민 기자 21s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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