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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아버지는 숨지고 아들은 중상 '망연자실'

입력 : 2009-01-21 10:02:26 수정 : 2009-01-21 1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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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압' 항의 1000명 시위…20여명 부상 20일 설 연휴를 불과 나흘 앞두고 서울 용산 재개발 세입자 농성현장에서 발생한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재개발지역 상가 세입자로 이날 숨진 양모(55·관악구 봉천동)씨 부인은 20일 오후 용산경찰서로 찾아와 “우리 남편 살려내라”며 울부짖었다.

그는 “지난주 일요일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는데 남편이 ‘돈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소연을 하더라”며 “그 길로 건물에 올라가더니 영영 돌아오지 못할 몸이 되고 말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부자(父子)가 함께 점거농성에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농성현장 뒤편 건물에서 세를 들어 갈비집을 운영하다 작년 3월 호프집으로 업종을 바꾼 이모(70)씨와 아들(36)은 함께 농성장에 들어갔다가 이씨는 숨지고 아들은 크게 다쳤다.

이씨의 또 다른 아들(45)은 “재개발로 희망을 잃게 되자 아버지와 동생이 한꺼번에 농성장에 들어간 것 같다”며 침통해했다.

순직한 경찰특공대 고 김남훈(32) 경장의 아버지 김권찬(63)씨도 소식을 듣고 “항상 위험을 안고 사는 직업이라 걱정 많이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김씨는 평소처럼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일하다 오후 2시쯤 경찰로부터 아들의 순직 소식을 들었다. 김 경장은 2003년 경찰특공대 순경으로 경찰을 시작했고 8살짜리 딸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도 열렸다. 이날 오후 7시쯤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시민 1000여명(경찰 추산 800명, 주최측 추산 1300명)이 용산역 앞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2시간 동안 집회를 연 후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와 함께 서울역쪽으로 거리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용산역 3거리 등지에서 대치했다. 다른 시위대 300여명은 숙명여대와 명동, 남대문을 거쳐 명동성당에 집결해 자정까지 집회를 벌인 후 자진 해산했다. 경찰은 오후 9시10분쯤 물대포를 쏘는 등 시위대 해산을 시도해 양측 20여명이 부상하고 돌을 던진 시위대 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시민·사회단체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문책을 요구하는 등 경찰을 비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은 10년 내 공권력 행사과정에서 일어난 최대의 민간인 사망사건”이라며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는 이례적으로 이날 조사관 4명을 참사 현장에 파견해 긴급조사를 벌이는 등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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