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밀리면 정치적 고사"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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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인 21일 민주당 당직자들이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단독상정을 막기 위해 법안이 계류 중인 국회 정무위, 행정안전위 회의실(왼쪽부터) 앞을 지키고 있다. 남제현 기자 |
문제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21일 에야 대화 모색 방침을 밝혔지만 근본적으로 법안의 조속 처리라는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가 여론의 비판에도 서로 한치 양보도 없는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셈이다.
여기서 여야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명분은 간단하다.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와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해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경제 양극화와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오는 법안이 수두룩하다며 반대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여야가 격렬 대치를 거듭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일차적인 원인은 내년에 강력한 국정운영 드라이브를 건다는 여권의 전략과 무관치 않다. 내년이 어떻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5년 가운데 힘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유일한 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권이 현재 정부 고위직 물갈이와 정책 집행 속도를 높이는 것도 모두 이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측면이 강하다. 한나라당의 강공도 이런 여권 전체의 국정운영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입법부 차원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차제에 국정을 뒷받침하는 집권당으로의 위상을 확고히 해서 정국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여론싸움에서도 결코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저항은 정치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의 측면이 강하다. 이번 싸움에서 밀리면 정국주도권을 상실하고 심할 경우 정치적으로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조속 처리를 추진하는 일부 법안들은 법안의 원래 취지와 관계없이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잠식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으로서는 호락호락하게 법안 처리에 동의해 줄 수 없는 것이다. 강온파가 복잡하게 엇갈리는 민주당 내부 사정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법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은 종종 이념갈등으로 발전한다. 법안만큼 한 정권의 정체성을 잘 상징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여야 간에 법안 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것은 필연적이다. 지금 상황이 심각한 것은 누적됐던 것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번 싸움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다만 여론 악화와 현실적으로 야당이 물리적 저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따라서 막판 타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나라당은 중점적으로 처리해야 할 법안의 수를 120여개에서 30개로 압축했고 민주당은 반드시 저지해야 할 법안을 10개 정도로 좁히고 있다. 협상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나 민주당이 반드시 저지해야 할 법안이 한나라당의 중점처리 법안이라는 점이 문제다.
전천실 선임기자 chun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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