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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택시장 ‘빈사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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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요건 강화 ‘9·1 세제개편’ 후폭풍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이 경기 침체와 맞물려 ‘역효과’를 일으키며 주택시장을 빈사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국내외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9·1 세제개편안’으로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은 매매 거래가 사실상 올스톱됐다. 또 미분양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집짓기를 포기하는 건설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약발이 통하지 않으면서 ‘거래도 없고 집짓는 곳도 없이 미분양 적체분만 늘어나는 시장왜곡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업체는 집 안 짓고=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택건설업체들의 주택건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2∼3년 뒤에는 수급불안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등 후유증을 겪어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건설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15만506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만6284가구에 비해 12.0% 감소했다. 7월 인허가 실적은 2만2805가구에 그쳐 4월(3만4109가구) 이후 3개월 연속 줄었다. 수도권(7만8588가구)은 8.6% 늘었지만 지방(7만6477가구)은 26.4%나 줄었다. 올해 수도권 30만가구, 전국 50만가구 주택건설 달성 목표는 물건너간 것으로 평가된다.

아파트 건설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7월까지 아파트는 8만5781가구가 승인돼 34.5% 줄어든 반면 아파트 외 주택(6만9284가구)은 53.1% 늘었다. 아파트 외 주택이 늘어나는 것은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에 대한 규제완화 분위기와 향후 개발 시 아파트 분양권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분쪼개기용 주택의 경우 주거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주택수요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건설사들이 허가를 받고도 사업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아파트 등 주거용 착공면적은 793만5110㎡로 작년 동기 대비 51.5% 감소했다. 주택경기 회복이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8월 건설업체감경기지수(CBSI)’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감소한 52.3을 기록했다. 건산연은 “CBSI가 50선 주위에서 5개월 연속 횡보세를 보인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라며 “침체된 체감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은 거래 올스톱=양도세 감면을 골자로 한 9·1세제개편안이 발표된 후 수도권 주택시장은 거래가 끊겼다. 종전 계약자들은 3년만 보유해도 1가구 1주택자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고가주택 제외)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지역에 따라 2∼3년간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거주자의 원정 투자가 많은 용인, 의정부, 양주, 파주, 김포, 남양주, 인천시 등 수도권 주요 아파트 시장은 매수세가 더욱 위축되며 거래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입주 3년차 단지인 ‘양주 자이’의 경우 비과세 매물이 나오지만 살 사람이 없어 최근 매매가가 평균 1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김포 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1193가구)’은 3∼5일 1∼3순위 청약에서 모집 가구수의 40%가 최종 미달됐다.

지방시장은 ‘고사(枯死)’ 직전이다. 외지인 투자가 많았던 충남 천안·아산시와 당진군, 공주·연기군, 충북 충주, 전북 여수 등도 거주요건 추가의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충남 아산의 B중개업소 사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나 신도시개발, KTX개통 호재로 외지인이 많이 몰렸던 신규 분양 아파트 계약자들의 걱정이 많다”며 “미분양 판매에 악재가 터졌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강남권 재건축과 고가주택 시장도 별 움직임이 없다. 8·21대책으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진 재건축 시장은 추가혜택을 기다리고 있고, 매도자 역시 양도세가 완화될 때까지 버틴다는 입장이어서 거래가 안 되긴 마찬가지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옛날 같으면 이 정도 대책에 시장이 어느 정도 움직였겠지만 지금은 각종 악재가 쌓여 있어 정책변수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서민들이 부동산에 관심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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