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창(95·고당조만식선생기념사업회 부이사장·사진)씨는 제헌국회에 대해 묻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독립운동가 조만식 선생의 비서를 지냈던 박씨는 제헌국회에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제헌국회를 증언해줄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제헌의원을 지낸 김인식(95)씨가 생존해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인터뷰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는 고령임에도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했다. 제헌국회가 분단을 제도화한 점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소련과 미국의 이해관계와 남북의 분열 속에서 단독정부 수립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제헌국회의 또 다른 부정적 유산으로 ‘반민족행위자 처단 실패’를 꼽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를 많이 등용했지. 국내 사정에 어두우니 공산당 작전을 당할 재간은 없고, 친일파들이 공산당을 잘 아니까 써먹기 쉽거든. 그래서 일제 때 경찰서장 하던 사람들 등용하고 그랬는데 그게 참 잘못됐지.” 그는 조만식 선생에 대한 예찬도 빼놓지 않았다. “소련사령부에서 모스크바 3상회의 지지해 주면 한국에서 조만식을 넘버원, 김일성은 넘버투로 제안했다는 얘기까지 있었는데…. 끝내 침묵을 지키자 사흘 만에 민족반역자라는 포스터가 나돌았어. 결국 연금됐고 6·25전쟁 때 총살됐지.”
류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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