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필균(가명)씨. 업무상 술접대가 많은 그에게 뱃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중년 남성의 복부비만이야 ‘인격’으로 친다 하더라도 하필이면 음경의 길이까지 짧아져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남의 눈길을 의식하느라 목욕탕 가본 지는 어언 일 년이요, 최근에는 밤마다 아내의 싸늘한 눈초리를 느끼기까지 한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남자 성기의 평균 크기는 평상시의 길이가 7.4㎝, 둘레가 8.3㎝, 발기시 길이는 10∼12㎝, 둘레 11㎝ 정도이다. 그러나 평균 체중이 10㎏ 늘어날 때마다 1㎝의 음경이 살 속에 묻히게 돼 외관상 길이가 짧아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체중이 늘어나면서 음경의 길이가 짧아 보인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은 비단 신씨뿐만이 아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발기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 복부비만인 경우가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여성들은 허벅지나 엉덩이, 허벅지, 아랫배, 유방에 지방이 쌓이는 데 반해 남성은 잉여지방이 주로 복부에 쌓여 비만이 된다.
그러나 남자의 복부비만은 여자의 하체비만보다 더 위험하다. 내장지방은 혈중 인슐린 수치를 높여 결국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협심증, 중풍 등 각종 성인병을 불러온다. 실제로 배가 나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는 5배, 고혈압은 3.5배, 심장병은 2배가량 발병률이 더 높다고 한다.
또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발기부전이 없었던 남성에게서 나중에 발기부전이 나타난 경우 비만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즉 비만이 아닌 사람은 8년 뒤 15%에서 발기부전이 발생했으나 처음부터 비만이었던 사람은 25∼38%에서 발생했으며, 비만을 치료하더라도 발기부전의 발생률은 줄지 않았다. 복부비만이 부부관계를 방해하는 ‘공공의 적’인 셈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빠른 시간에 뱃살을 줄이느냐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간단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운동이다. 운동과 체중감소가 비만 남성의 성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나와 있다. 발기부전을 가진 100명 이상의 남성에 관한 이 연구에서 집중적인 체중 줄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3분의 1가량의 남성에서 성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됐다는 것이다.
남자의 ‘멋지고 성능 좋은 엔진’은 모든 여자의 바람이 아닐까. 눈을 질끈 감고 밤일을 하는 아내를 생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도성훈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