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의 하천엔 거센 물줄기가 “콸콸”
우산 든 시민들은 웃음꽃이 “‘비’님 내일도”

“속이 바짝 바짝 타 들어 갑니다. 70년 평생 이렇게 힘든 적은 없네요”
강릉지역에 굵은 빗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자 13일 오후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 오봉저수지를 연신 찍으며 넋 놓은 듯 바라보고 있었다. 강릉지역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고 있는 ‘물그릇’ 오봉저수지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 궁금해서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물탱크차 등을 비롯한 급수 관련 차량만 출입이 가능했다. 도로의 끝부분에서 교통 통제 하던 강릉시 공무원들이 이날은 보이지 않았고, 찾는 차량들은 좀처럼 끊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은 모든 운반 급수를 중단하면서 통행이 자유롭게 이뤄졌다.

오봉저수지를 찾은 강릉 시민 이모(72)씨는 “시원하게 비다운 비가 왔네요”라며 “한 2~3일만 더 왔으면 좋겠는데”라며 우산을 든 채 다소 미묘하게 찡그린 듯 하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주민 김모(54)씨도 “오봉저수시에 물이 얼마나 찾는지 궁금해서 가족들과 함께 찾게 됐다”며 “수요일쯤 비가 더 온다고 하니 오늘 보다 더 내렸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부터 오봉저수지에는 인근에는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면서 일부러 찾은 사람들까지 가뭄이 해갈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만큼은 모두 같아 보였다.


강릉지역에는 전날 오후 4시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에는 오봉저수지율은 13.1%를 기록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자정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오봉저수지 일대 내린 비의 양은 강릉 닭목재 80.5㎜, 강릉 도마 74.5㎜, 강릉왕산 70.5㎜ 등이다.
오봉저수시 상류의 하천에는 우렁찬 물줄기가 모처럼 바위를 치며 요동쳤다. 곳곳에 돌부리에 부딪힌 거센 물살이 깊은 골짜기를 가득 채웠고, 뭐가 그리 급한지 내달리는 급류를 방기 듯 넋 놓고 바라보는 시민들은 연신 휴대전화에 담기 바빴다.

오봉저수시 상류 인근 다리에서 국민의힘 권성동(강릉) 국회의원이 눈에 띄었다. 권 의원의 일행 중 한명은 휴대전화로 오봉저수지 함께 권 의원의 모습을 찍는 모습도 포착되기도 했다. 대형 우산을 든 권 의원은 오봉저수지 인근 현장을 둘러보며 상황을 점검하는 듯 했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오봉저수율은 14.7%로 전날11.5%보다 4.2%p 높아졌다. 강릉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저수율은 지난 7월 23일 36.7%를 기록한 뒤 52일 만에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됐다. 특히 지난 밤사이와 이날 꾸준히 비가 내리면서 저수율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자정부터 이날 오후 8시까지 강릉 오봉저수지 일대 내린 비의 양은 강릉 닭목재 90.0㎜, 강릉 도마 84.5㎜, 강릉왕산 82.0㎜ 등이다. 또 북강릉 131.5㎜, 강릉 연곡 126.0㎜, 강릉 경포 115.5㎜, 강릉 112.3㎜ 등 강릉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강릉지역의 운반급수에 나선 소방 당국은 이날 비가 내리자 운반 급수를 중단했다. 비가 그치는 대로 14일에 재개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릉에 이날 비다운 비가 내리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 반가운 소식”이라며 “오늘 내린 이 단비가 강릉 땅에 희망과 활력을 선사해주길 간절히 기원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 대통령은 “유례없는 가뭄이 이어지던 강원도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며 “지난 7월 6일부터 시작된 가뭄의 여파가 이번 비로 해소되진 않겠지만, 무기한 제한 급수 조치로 빨래나 샤워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받고 계신 강릉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또 “정부는 지난 8월 30일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실태를 점검하고, 국가 재난 사태 선포를 결정한 이래 국가 소방동원령까지 발령하며 긴급 대응에 나섰다”며 “앞으로 기후변화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국민께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관리 체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비한 부분은 신속히 보완해 모든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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