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올해 주민투표를 거쳐 내년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5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날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행정구역 분리 문제로 논란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와 관련해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협의회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제주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위성곤·문대림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오영훈 지사는 “국정과제에 ‘지역주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지원’을 포함해 제주도가 제안한 여러 정책이 반영됐다”며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에 반영된 주요 과제들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년 국비로 제출된 사업들의 예산 확보와 국회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회에서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관련 논의도 이뤄졌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사라진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키겠다’는 오 지사의 공약에 따라 1년6개월 간의 공론화 끝에, 현재 2개의 행정구역(제주시·서귀포시)을 3개 행정구역(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으로 늘리고 다시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그런데 같은 당 김한규 의원(제주시 을)은 지난해 11월 제주시를 동서로 분리하는 데 반대하며 일명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한 상태다.
제주도와 김 의원 측은 이날 당정협의회에서도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행정안전부의 의사를 다시 확인하자는 취지로 대화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초자치단체 설치 관련 주민투표를 하려면 행정구역에 대한 의견이 정리돼야 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지역사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도는 “협의회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눴으며, 지속해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대림 의원은 협의회 후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오늘 회의의 뜨거운 감자였던 ‘지역 주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제주도는 행정안전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국정과제 이행 로드맵에 따라 시기와 방법을 조정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치권을 비롯해 제주 도민사회에서는 8월 마지노선을 언급하면서 2026년 7월 기초자치단체 도입 일정이 촉박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제주도는 ‘마지노선’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내년 7월 도입을 위해서는 제주도의회와 각 기초자치단체 의회 등의 선거구획정이 필요해 올해 10월까지는 주민투표를 끝내야 한다. 오 지사도 꾸준히 10월에 주민투표가 실시되면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구획정 기한은 올해 12월2일까지다.
행정구역 2개냐, 3개냐를 놓고 혼란만 가중하고 일정이 지체되자 이상봉 도의회 의장이 여론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론조사 문항을 보면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구역과 제주시·서귀포시 2개 구역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또 추진 방향에 대해 ‘2026년 7월 도입을 목표로 주민투표 실시 등 신속 절차 이행’과 ‘도민의견 수렴, 추가적인 정보 제공과 상황 변화를 고려한 이후 진행’을 놓고 조사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차원의 행정체제개편 관련 여론조사의 경우 9월 2일 공개될 예정이다.
이상봉 도의회 의장은 “여론조사 기간에 행안부가 주민투표를 요구하면 절차를 중단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도의회에서도 내년 7월 시행은 일정상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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