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소액 주주의 대주주 견제장치 강화
정청래 “거수기 이사회 바꿀 것”
李 대선 공약 ‘자사주 소각 의무화’
국회 토론회 열고 입법 군불 때기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골자로 한 ‘더 센’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에 이어 두 차례 연속으로 개정을 이끌어내며, 이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겨냥한 3차 개정까지 예고했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삼아온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 카드를 병행해 재계 협조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종결시킨 후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법안을 처리했다. 이는 지난달 3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의 후속 조치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게 됐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주당 의결권을 개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로, 소액 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 한 명이라도 당선시킬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핵심 조항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도록 한 것이다. 대주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갖는 감사위원을 증원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증대시키려는 취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법안 통과 후 “회사가 이익을 내더라도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그 이익을 곶감 빼먹듯 빼먹는 것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며 “그 불신을 해소하는 첫걸음은, ‘거수기 이사회’를 책임지는 이사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코스피5000’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서고자 3차 상법 개정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자본시장 제도개선은 오늘로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이다. 자사주 소각이란 회사가 보유한 자기 주식을 없애 시장에 유통되는 전체 주식 수를 줄이는 것으로, 자사주 소각은 일반적으로 주식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개미 투자자들의 요구가 큰 상황이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곧바로 이날 국회에서 ‘자사주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을 위한 군불 때기에 들어갔다.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1단계 상법 패키지 5가지가 추진됐고, 약속한 걸 오늘 이행했다”며 “다음 단계 상법(개정)의 출발은 자사주다. 올해 정기국회 내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위 소속 김남근 의원도 “이번 기회에 자사주를 과다하게 보유했다가, 경영권 문제 시 우호 세력에게 싼값에 넘겨서 주가가 하락하는 폐해를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의 자사주 소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다만 재계에선 투기자본의 경영권 탈취 위협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김춘 한국상장사협의회 본부장은 “이번에 자사주 소각, 처분의 공정성 이야기를 하면서, 효율적인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재계를 달래는 당근책으로 ‘배임죄 폐지’ 방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상법 통과 이후 “우려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겠다. 배임죄 등 형벌·민사책임 합리화 조치도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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