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 약간의 진척 있어…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1박2일의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방미길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의 뒷얘기를 전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가는 공군 1호기 안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는 중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고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현안 하나하나마다 스트레스도 엄청나고 가끔씩 이빨이 흔들리기도 하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제가 그 중요한 일을 누가 맡았을 때보다 더 잘할 수 있고 또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즐겁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체력은 열심히 숨쉬기 운동이라든지 숟가락 역기 운동 같은 것도 잘하고 있다”며 농담으로 답했다.
한일 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등장했던 이른바 ‘이시바 카레’의 맛이 어땠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이시바 카레의 맛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여러분 기회가 되면 한번 드셔보시기를 바란다”며 웃어 보였다.
앞서 지난 23일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쿄 총리 관저에서 만찬을 갖고 서로의 고향 음식을 함께하며 우호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만찬상엔 이 대통령의 고향 안동의 찜닭과 소주, 이시바 총리의 고향 돗토리현의 맥주가 올랐다. 여기에 이시바 총리가 직접 즐겨 만든다고 알려진 ‘이시바식 카레’가 더해져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 국민 중 일부, 일각에서 문제 지적이 있는 것을 알고 지적당할 것도 각오했다”며 “일이라는 것이 한 번에 우리가 만족할 수준으로 완전하게 다 해결되면 가장 좋지만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 정치권에 많이 있는 풍조 중 하나인데, 저는 비난을 받더라도 또는 불충분하다고 비판받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손해 본 것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동안 한일 관계에 대해 수없이 ‘과거사 문제는 분명히 있고, 시정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러나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경제, 안보, 기술협력, 기후, 사회 문제, 국민 간 교류협력 문제를 다 팽개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위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해결해야 할 것은 그것대로, 진취적으로 해나가야 할 문제는 또 그것대로 하자는 것이 제 입장”이라며 “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약간의 진척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과거사 문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높여야 하고 배려를 키워야 한다”며 “비록 지금은 적게 시작하지만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배려가 깊어지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훨씬 더 전향적인 조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첫술이니까 첫술에 배부르려 하면 체하는 수 있지 않으냐”며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고,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 등에 있어서도 더 가시적인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같은 경우 협상에 능하고 독특한 스타일인데, 그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셨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고요”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87년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출간한 바 있다.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2박3일간의 방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과의 회담이 미국 동부 시간 기준 25일 오후 12시부터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시간으로는 26일 새벽 1시부터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시작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 간 안보, 통상 및 경제협력 의제가 두루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 측이 한미동맹 현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한국의 역할 확대와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확대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및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지난달 30일 타결한 한미 무역합의를 바탕으로 조선업 협력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대미 투자 확대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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