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유선 이어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충전이 필요 없고 가벼워 착용감이 뛰어난 실용성에 더해 복고풍 감성과 결합한 ‘힙한 액세서리’로 떠오르며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25일 IT업계에 따르면 유선 이어폰이 음향 시장 중심에서 밀려난 시점은 2016년 애플이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출시한 이후부터다.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무선 이어폰 시장에 속속 진입했고, 빠른 기술 발전에 힘입어 무선 기기는 편리성과 휴대성을 무기로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3.5mm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서 유선 이어폰은 점차 설 자리를 잃는 듯했다.
◆무선의 시대, 왜 다시 유선일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20일, 블랙핑크 제니는 바르셀로나 공연 후 자신의 SNS에 유선 이어폰을 착용한 사진을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공항 출국 길에서도 유선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며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같은 그룹의 로제는 “줄이 달린 클래식한 이어폰을 선호한다”며 직접 가방 속 유선 이어폰을 꺼내 보이기도 했다. 배우 한소희, 문가영, 가수 이효리 등도 공개석상에서 유선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길게 늘어진 이어폰 줄이 액세서리처럼 활용되며, 복고 감성과 어우러져 하나의 ‘스타일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하이엔드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 시계·목걸이·이어폰을 결합한 ‘샤넬 프리미에르 사운드 워치’를 선보였다.
약 2030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임에도 기술과 패션을 융합한 상징적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 유선 이어폰을 감각적인 럭셔리 아이템으로 끌어올린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 “단순 음향기기 아냐…Z세대 ‘정체성’ 담겨”
전문가들은 유선 이어폰의 부활을 단순한 기술의 회귀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과 취향이 반영된 소비문화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한 소비문화 전문가는 “Z세대와 알파세대는 과거의 상징적 오브제를 ‘뉴레트로’ 감성으로 재해석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길게 늘어진 이어폰 줄은 이제 단순한 기능이 아닌 스타일의 일부다. 액세서리처럼 보이는 실루엣 덕분에 목걸이나 헤어 포인트처럼 시각적 임팩트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선 이어폰이 기술 진보의 상징이었다면, 유선 이어폰은 ‘선택적 불편함’과 ‘낭만적 아날로그’의 아이콘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며 “이제 소비는 단순한 편리함보다 ‘정체성 표현’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충전이 필요 없고 연결 오류가 적다는 점에서 유선 이어폰은 오히려 ‘완성된 기술’”이라며 “첨단 기술이 일상이 된 시대일수록, 오히려 아날로그 기술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선 이어폰은 단순한 음향기기를 넘어 실용성과 개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의 손끝에서 이어폰 줄은 또 하나의 ‘힙함의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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