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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동포 만난 李대통령 “간첩 조작 사건, 대통령으로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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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3 15:38:09 수정 : 2025-08-23 15:54:28
도쿄=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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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 시내 한 호텔에서 오찬간담회 열어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일본 방문 첫 일정으로 재일 동포들과 만났다. 이 대통령은 군사정권 시절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재일 동포들과 만나 “최근 80주년 광복절을 맞이해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떠올렸을 때 특히 마음이 쓰였던 분들이 바로 재일 동포”라면서 “2·8 독립선언이 발표되었던 YMCA 강당, 독립 만세운동이 일어난 히비야 공원, 모두 이곳에서 가까운 곳이다. 도쿄의 중심지 곳곳에 동포 여러분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오롯이 녹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픔과 투쟁, 극복과 성장을 반복한 이 굴곡진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굽이굽이마다 우리 동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면서 “식민 지배의 아픔에 이어서 분단의 아픔까지, 광복의 기쁨도 잠시 조국이 둘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타국 생활의 서러움은 아마 쉽게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더 커져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주일 대한민국 공관 건물 10개 중의 9개가 우리 재일 동포 여러분의 기부로 이루어졌다고 들었다. 전 세계에 없는 일”이라며 “88년 올림픽 때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역사적 고비마다 발 벗고 전국에 도움의 손질을 내밀어 주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정권 시절 재일 동포에 대한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직시해야 될 부끄럽고 아픈 역사도 있다”면서 “위대한 민주화 여정 속에서 정말로 많은 재일 동포들이 억울하게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 피해자를 직접 만난 일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국가 폭력의 희생 당한 피해자와 또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공식적으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102주기를 앞둔 간토(관동)대지진과 관련해서도 “100년 전 아라카와 강변에서 벌어진 끔찍한 역사 그리고 여전히 고향 땅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골들의 넋을 결코 잊지 않겠다”면서 “다시는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책임지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께서 견뎌내신 그 긴 세월의 우여곡절을 넘어서서 한·일 관계가 새로운 미래를 향해 새롭게 나아가고 있다”면서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는 말에 걸맞게 연간 1200만명의 한국인, 일본인들이 상호 양국을 오가며 교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1965년 2억2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의 교역 규모가 2024년 기준으로 772억 달러, 약 350배로 늘어났다고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국격을 뛰어넘는 문화 콘텐츠로 양국 청년들은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면서 “신오쿠보는 한국 문화가 넘쳐나는 도쿄 최대 한인타운으로 거듭났다고 하고, 오사카와 이쿠노 무브 코리아타운은 연간 2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떡볶이, 김밥, 삼겹살, 치맥은 이제 더는 한국만의 음식이 아니고, 일본 청년들은 K-뷰티와 K-팝으로 한국을 배우고 느끼고 또 체험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국내 체류 해외 동포는 물론이고, 해외에 계신 우리 국민 동포 여러분의 안전과 권익 보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확고하게 나아갈 것”이라며 “모국에 대한 성원과 지지에 다시 한 번 감사 말씀을 드리면서 여러분의 긍지와 자부심이 더욱 빛날 수 있는 자랑스럽고 든든한 조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재일동포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이중 민단중앙본부 단장 환영사에서 재일동포가 1세대가 4∼5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다양해진 모든 재일 동포 사회와 이제는 당당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함께 밝은 미래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일 간 협력과 우호가 절실하다”면서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도쿄=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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