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선제적인 대북 친화 메시지에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8월9일)고 한 정부의 발표가 다소 서두른 감이 있었던 걸까. 북한이 대남 확성기 철거에 들어가기는커녕 최근 접경지에 2대를 더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의 일부 전방 지역에서 확성기가 추가 설치된 정황을 식별했으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 철원과 화천에 2대가 추가되면서 북한이 설치한 대남 확성기는 40여대 내외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추가 설치는 전날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8일부터 한·미 연합훈련 을지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진행되는 와중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정부는 이달 4∼5일에 걸쳐 남북 간 긴장 완화 및 접경지 일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정식 대북 확정기 20여개를 모두 철거했다. 대북 방송 중지, 확성기 철거 등 작업을 실시한 한국측 조치에 따라 북한 역시 대남 방송을 중지하고 확성기 철거 동향을 보였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었다.
합참은 지난 9일 북한군이 전방에 설치한 대남 확성기 중 일부를 철거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이는 정부가 먼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등 유화 메시지에 호응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채 며칠이 지나지 않은 지난 13일 북한이 철거한 확성기가 단 1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철거 움직임에 들어간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고장 수리 등을 위해 1대를 철거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40여대의 확성기 중 1대가 철거된 것을 두고 합참이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한 셈인데, 전체적인 철거 동향이나 의도를 파악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에 ‘희망적 사고’를 적용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대북 확성기 철거 이후 대남 확성기 관련 소식에 주목하며 “북한이 우리의 행동에 화답했다”,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기다렸다는듯 이어져왔다.
군 소식통은 “적의 철거 의도가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이었지만 합참이 북측의 상응 조치를 원하는 현 정부 기조에 맞추려 성급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대남 확성기 정비 및 출력 확대 작업 등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인 1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역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군은 “관측을 통해 확인한 사실을 말씀드렸으며, 이 판단은 현재에도 유지되고 있다”며 “북한이 무엇을 발표했든 거기엔 의도가 있으며, 쉽게 동화되거나 사실이라고 믿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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