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자취 사라지고 모든 게 변모될 것”
우크라전 종전 협상 관련 언급으로 보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특출한 위훈’을 세운 지휘관과 전투원들에게 국가표창을 수여하고 가슴에 직접 영웅 메달을 달아줬다.
북한 주민들의 필독 매체인 노동신문은 인민군 해외작전부대 지휘관·전투원들에 대한 국가표창 수여식이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수여식 개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수여식 연설에서 “이번 해외군사작전의 승리적 종결”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참전자들은 모두가 위대한 인간, 위대한 영웅, 위대한 애국자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내가 제일로 중시하고 만족스럽게 평가하는 것은 백전백승 조선인민군의 명성이 70여년 역사에서 가장 엄격한 검증을 받았으며 전쟁에 만반으로 준비된 우리군대의 실상이 뚜렷이 확인된 것”이라며 “이제는 그 어느 나라 군대든 우리 군대와 맞붙으면 무주고혼(無主孤魂, 자손이나 모셔 줄 사람이 없어서 떠돌아다니는 외로운 혼령)의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 정설로 됐다”고 극찬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 전투위훈기념관과 전투위훈기념비를 건립할 것이라면서 “온 나라가 영웅들의 숭고한 넋과 기개를 영원토록 경건히 대하고 따라배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수여식에는 공훈을 세운 지휘관, 전투원들과 전사자 유족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위훈을 세운 부대원들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직접 수여했다. 또 김 위원장은 전사자들과 유족들을 예우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희생된 군인들의 유가족들 앞에 서고 보니 우리를 믿고 맡긴 귀한 아들들, 아직은 너무도 푸르게 젊은 생들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여식이 열린 당 중앙위 청사 회관에는 전사자 101명의 사진이 이름과 함께 걸린 ‘추모의 벽’이 세워졌다. 이들이 전사자 전원인지는 북한보도에 언급되진 않았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월 국회에 북한군 피해는 전사자 600명을 포함해 총 4천700명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전사자들의 초상 옆에 공화국 영웅 메달을 직접 달았고, 유족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이고 전사자의 자녀로 보이는 어린이들을 끌어안기도 했다.
파병 부대원의 위훈을 축하하는 공연과 유족을 위로하는 연회도 열렸다.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에는 김 위원장도 참석해 관람했다. 북한 매체엔 물기 어린 눈으로 영상물을 관람하는 김 위원장 사진이 실렸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대대적인 보훈행사를 연 것은 파병 장기화와 대규모 사상자 발생에 따른 군의 사기 저하와 민심 이반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수여식 연설에서 “총포탄이 작렬하던 이역의 해방지역에 격전의 자취는 사라지고 머지않아 모든 것이 변모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관련한 상황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해외군사작전의 승리적 종결”이라는 표현도 썼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부대의 철수 시기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통일부 장윤정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예단하지 않고 관련 사항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적수국들은 조선반도지역의 안전형세를 균형 잡고 있는 우리 국가의 지위와 강세를 어떻게 하나 허물어보려고 위험한 기도를 더더욱 노골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은 우리에게 방심할 여지를 주지 않으며 우리 군대의 보다 완벽하고도 압도적인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공화국 무력의 최정예화, 최강군화, 전쟁준비 완성에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중대과업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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