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개편 후속 조치… 자금 지원 논의
기존 여신 회수 자제·자구 노력 등 당부
금융권이 30조원 규모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가진 석유화학 기업들에 대해 공동 자금 지원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기존 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행위는 자제할 것을 당부하면서, 석유화학 업계에는 철저한 사업 재편 원칙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석유화학산업의 현황과 업계의 사업재편 방향을 공유하고 금융지원 원칙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날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한 정부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의 후속 조치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석유화학산업은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지만,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뫼의 눈물’은 1987년 스웨덴 조선업체 코쿰스 파산과 코쿰스크레인이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매각된 사건으로, 스웨덴 조선업 쇠퇴를 상징한다.
권 부위원장은 석유화학기업에 자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재편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 일각에서 정부의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 방침에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안일한 인식에 정부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금융권에는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지역경제·협력업체·근로자들의 어려움에도 금융권의 배려를 당부했다. 금융권은 기업·대주주의 자구노력과 사업재편 계획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채권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존여신 유지’를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기업과 채권금융회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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