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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중앙亞와 협력의 문 넓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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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1 22:57:31 수정 : 2025-08-21 22: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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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역내 경제·안보기구 야욕
러·우 전쟁에 3년 넘게 진행 안돼
2026년 출범 韓·중앙亞 정상회의체
틈새 파고들어 협력 넓힐 기회

중앙아시아는 제정 러시아에서 소련에 이르기까지 각각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지배를 받았다. 소련 붕괴 이후에도 중앙아는 ‘러시아의 뒷마당’으로 불릴 정도로 모스크바의 입김이 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의 러시아는 2002년에 중앙아를 포함한 일부 옛 소련 국가들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창설해 유라시아 지역 내 안보동맹을 이끌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2014년에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 국가들이 포함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출범시킴으로써 역내 국가 간 경제 공동체를 달성한 다음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에 맞먹는 정치적 통합을 이루어내고자 했다. 더 나아가 러시아는 EAEU와 역외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광역 유라시아권 협력에 공을 들여왔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 유라시아학

그러나 3년6개월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중앙아 국가들 사이의 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중앙아 국가들은 러·우 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동시에 그들은 러·우 전쟁을 통해 자국의 영토적 통합성과 주권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한편 중앙아 국가들은 여타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외교적, 경제적 다변화를 꾀했다. 그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일찍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앙아 국가들과의 교역, 교통, 에너지, 물류, 인프라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2023년 5월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국·중앙아 정상회의는 베이징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이 회의에서 중국은 260억 위안 상당의 대중앙아 금융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그 밖에 미국, 유럽, 중국, 터키 등 역외 국가들과의 협력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2022년 이래 미국과 중앙아 5개국 간 고위급 외교당국자 회의(C5 + 1)가 개최되는 등 서방 국가들과 중앙아 국가 간 외교적 접촉이 활성화되었다.

튀르키예는 카스피해를 횡단하는 동서 교역로인 ‘중앙회랑’ 구축과 철도, 도로 등 역내 인프라 시설 확충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제 중앙아 국가들은 국가 주권을 강조하는 한편 외교적, 경제적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말하자면 중앙아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안보적 의존을 줄이고 다양한 국가들과 경제적, 외교적 관계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증대시키고자 한다.

또한 그들은 대내외적인 위협과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교역, 국경지대의 안전 등의 영역에서 공통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역내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그럼에도 중앙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여전히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중앙아 출신 노동자들의 송금은 본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러 제재 국면에서 중앙아 국가들은 우회 교역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모스크바와 공생하고 있다. 변화하는 지정학적, 지경학적 환경 아래에서 중앙아 국가들은 생존과 국익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전략적 행보를 선택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2024년 중앙아 5개국과 정상회의체 창설에 합의했다. 한국과 중앙아 국가들은 내년에 출범할 예정인 이 회의체를 통해 핵심 광물을 포함한 공급망 협력, 공적개발원조, 문화 교류 등 여러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익 극대화와 외교적 자율성 확보를 추구하는 이재명정부는 차제에 중앙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성공 사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 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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