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 A씨가 벽돌 더미에 묶인 채 지게차에 들어 올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보도되며,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많은 시민도 이에 공감하며 이주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과 인권 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이주노동자’ 문제로만 좁혀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인간의 존엄과 인권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손쉽고도 무참히 짓밟힐 수 있는지를 자칫 간과할 수 있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한 ‘인간’의 인권이 처참하게 유린당한 심각한 폭력 사건이었다.
한국 사회를 포함해서 어느 사회에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우리는 흔히 국적·성별·나이·직업·종교·출신 지역과 같은 사회적 표지자를 통해 복잡한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고 타인을 이해하려 한다. 이러한 표지자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지만, 종종 그 조합이 개인의 정체성을 과도하게 규정한다. 그 결과 사람들이 흔히 ‘약자’로 인식하는 정체성은 사회에서 차별의 표식이 되곤 한다.
공교롭게도 A씨는 피부색, 체류자격, 국적 등 여러 표지자에 걸쳐 약자의 위치로 내몰릴 수 있는 취약성을 지녔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약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사회적 약자라는 표식을 인지하는 순간, 은연중에 그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태도를 내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A씨의 사건은 약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억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약자에 대한 폄하와 혐오가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 장면은 약자를 가볍게 여김을 묵인하는 일상적 습관과 이를 적당히 방치하는 제도적 관행이 한 사람 위에 겹겹이 포개진 결과였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가 없는 이상적인 사회는 없다. 하지만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그 사회의 품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가늠자이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의 수많은 약자가 마주하는 차별과 배제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측면에서는 소수자성을 지닌다. 상황에 따라 강자일 때도 약자일 때도 있다. 사건을 ‘이주노동자 이슈’로 한정하면 그것은 곧 나와 무관한 이야기로 멀어진다.
그러나 A씨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곧 ‘나’의 이야기다.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 전체의 문제다. 누구나 존엄을 지니고 존중받아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우리는 모두 본질적으로 동등한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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