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구조 활동에 참여한 뒤 우울증 앓다 실종된 인천 지역 소방관 박모(30)씨가 20일 경기도 시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일 인천 남동구에서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지 10일만이다.
20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0분쯤 시흥시 금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서 박씨가 숨져 있는 것을 경찰관이 발견했다. 그의 시신은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모 소방서 소속의 박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30분쯤 남인천요금소를 빠져나와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자취를 감췄다. 이후 인근 남동구 서창동 아파트를 마지막으로 행적이 확인되지 않았었다.
심지어 그의 휴대전화가 남인천요금소 인근 도로 밑에 버려진 채 발견된 탓에 추가로 위치를 추적할 수도 없었다. 소방 당국은 박씨의 실종 지역 주변을 탐문하고 버스정류장에 전단도 붙이는 등 그를 찾는 데 많은 인력을 투입시켰다.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던 당국은 이날 박씨가 시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고, 금이동 주변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인 뒤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소방청에서 지원하는 의료조치 등 모두 12차례 심리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실종 직전에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앞서 박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하신 분들을 검은색 구역에서 놓는데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며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을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들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 ‘이게 진짜가 아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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