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족한 젊은층 등 실수요도 불똥
과감한 공급으로 불안심리 해소시키길
정부가 고삐 풀린 집값을 다잡기 위해 초유의 대출 규제책을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대출 규제 강화방안은 28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묶고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아예 주담대를 금지한 게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득이나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주담대 총액의 한도를 일괄 제한하는 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정부에서 내놓은 첫번째 부동산 대책이 규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을 넘어 비강남권, 경기도 일부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주(23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43% 올라 2018년 9월 둘째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데 따른 풍선효과로 성동(0.99%)·마포(0.98%)·광진(0.59%)구는 2013년 1월 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 공표를 시작한 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시장 과열이 과도한 빚을 지고 고가 주택을 사들이는 행태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이번에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에는 과열을 야기하는 이른바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막는 방안도 담겨있다. 먼저 수도권에서 주택을 사면서 주담대를 받은 이에게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정책대출(보금자리론·디딤돌·버팀목)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로 살 때도 다주택자와 같이 주담대를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이런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 1주택 처분 기간도 기존 2년 내에서 6개월 내로 단축했다. 갭투자에 쓰이기 쉬운 조건부 전세대출 공급은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을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묶기로 했다. 생활안정자금이나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용도로 쓰는 관행에 대비한 조치이다.
이들 규제 여파로 앞으로 수도권에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주택 매입이 어려워져 현금이 부족한 젊은층 등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보게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지난 4월 기준 13억5543만원으로 주담대 6억원 제한에 따라 웬만한 집을 잡으려면 현금성 자산을 7억5000만원 이상 쥐고 있어야 한다. 갭투자마저 사실상 막히면서 당장 자산이 부족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현금 부자만 집을 장만할 수 있게 됐다는 비난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디딤돌·보금자리론 포함)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기존 80%에서 70%로 낮아지는 데다 정책대출 중 비중이 큰 주택기금 디딤돌(구입) 대출 한도도 최대 1억원 축소된다. 서민의 주거사다리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늦지 않게 수도권 대상 주택 공급대책도 내놔야 할 것이다. 이번 규제 덕에 단기적으로 수도권 전반의 집값 폭등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이나, 고소득자나 자산가 중심으로 거래되는 강남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주택 수요만 억누른 채 공급대책이 늦어지면 강남과 비강남 간 집값 양극화는 굳어지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도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자산이 적은 젊은 무주택자의 박탈감도 더해갈 것이다. 좋은 입지에 충분한 규모의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이번 정권 내내 생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불안심리를 해소하긴 어렵다. 조만간 시장이 깜짝 놀랄 정도로 과감한 공급대책이 뒤따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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