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사·예결위원장 선출 강행 예고… 野 “말로만 협치”

법사·예결위원장 선출 두고 대립
민주 “野, 법사위장 볼모 발목잡기”
국힘 “與, 입법·사법 손아귀 넣으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7일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두고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먼저 선출하고 법제사법위원장 등 다른 상임위원장직에 대한 추가 협상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신속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강조하며 이날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며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 경제를 살리는 추경의 신속한 처리에 행동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부터). 연합·뉴시스

김병주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며 국무총리 인준은 물론 추경 심사까지 연기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내란 동조에 대한 반성과 사과도 없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볼모로 국정 발목잡기에만 혈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예결위원장과 법사위원장,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운영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표결한다고 공지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다수당의 횡포”, “의회 폭주”라고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우 의장을 찾아가 본회의를 개회하더라도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송 원내대표는 의장 면담 후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임위원장 후보에 대한 논의를더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렸으나, 의장께서는 충분한 시간을 줬고 더 이상 시간을 줄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송 원내대표는 “추경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예결위원장 선출에는 협조하겠다”며 “다른 상임위원장은 여야가 좀 더 상의해서 협치 정신을 복원시키고, 견제와 균형 원리를 되살리도록 협상을 계속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김현정 원내대변인 명의로 공지를 내고 “민주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다수당의 횡포, 법의 지배가 아니라 힘의 지배”라면서 “1년 전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며 내세운 게 ‘윤석열정부 견제’였다. 이런 목적은 결국 허울 좋은 명분이었을 뿐 본심은 입법부와 사법부를 자기 손아귀에 넣겠다는 복심”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협치는 실천 없는 ‘말로만 협치’임을 드러내고 있다”며 “오늘 본회의에서 끝내 예결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선출한다면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 아닌 일당 독재의 통로로 전락시키는 역사적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