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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덕후’ 소설가, 정원서 발견한 경이로운 자연 다큐

입력 : 2025-06-28 06:00:00 수정 : 2025-06-26 19: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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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탐조 클럽/ 에이미 탄/ 조은영 옮김/ 코쿤북스/ 3만2000원

 

뒷마당에서 모험은 시작됐다. 우리는 흔히 집을 떠나 여행을 가야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지만, 에이미 탄은 집 뒷마당에서 가장 큰 경이로움을 마주했다.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조이 럭 클럽’을 쓴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 에이미 탄에게 새를 본다는 건 세상을 새롭게 보는 일이다.

에이미 탄/ 조은영 옮김/ 코쿤북스/ 3만2000원

‘뒷마당 탐조 클럽’은 탄이 2017년부터 6년간 샌프란시스코 소살리토 자택 뒷마당에 앉아 글과 그림으로 써내려간 탐조 기록이다. 평생 야생 하이킹을 즐기고 자연을 사랑해온 탄은 2016년, 예순넷의 나이에 처음 그림 수업을 듣고 뒷마당에 찾아오는 새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꿀물 통을 손에 올려두자 탄의 얼굴 앞 몇 센티미터 앞까지 날아와 눈을 마주 본 벌새를 향해 그는 말한다. “녀석에겐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 그리고 나를 알아보았다. 우리는 아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일지를 처음 시작했을 때 탄이 식별할 수 있는 새는 3종에 불과했지만, 2022년엔 60종 이상으로 늘어났다.

저자는 “이 책은 새에 대한 내 집착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새 덕후’가 된 소설가는 컬러 팔레트를 만들어 매일 찾아오는 새들을 개체별로 구별하려 시도하고, 자연 일지 멘토인 13살 소녀 피오나의 가르침을 따라 ‘새가 되어’ 그들의 삶을 인간의 언어로 옮긴다. 언젠가부터 탄이 계절을 보는 관점은 지구의 자전을 따르지 않게 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봄의 철새 이동, 번식철, 새끼의 생장기, 가을의 철새 이동으로 바뀌었다.” 세상이 코로나19 때문에 봉쇄되었을 때도 그는 참나무관박새가 산란 준비를 하는 모양을 보고 한 달 뒤 새가 새끼들을 데리고 모일 것을 기대하며 희망찬 목소리로 말한다. “많은 것이 변할 테지만 언젠가는 이 역병도 사그라들 것이다. 다행히 그때까지 지루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새가 모여든 정원에 탄이 고요히 앉아 있으면 새들은 머리만 들어 그를 쳐다보고 다시 자기 할 일을 한다. 인간과 새가 서로 관찰하고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지는 광경은 벅찬 울림을 선사한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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