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대전환/ 우리금융연구소/ 위즈덤하우스/ 2만2000원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2023년 0.72명에서 조금 늘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해 공식적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이미 단순한 사회적·경제적 문제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위기 단계로 부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저출산·고령화의 첫 번째 희생양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보다 먼저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꾸준히 연구했다. 다양한 문헌연구와 함께 현장 중심의 연구를 통한 사례들을 정리하고, 10여명 연구원이 여러 차례 일본에 날아가 현지 3대 금융그룹 등 다양한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한국에 필요한 시사점을 추려냈다.

책에 따르면,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직후인 1991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21년까지 약 30년간 저출산·고령화의 흐름 속에 지루한 저성장의 터널을 경험했다. 이후에는 크게 달라졌다. 과거 30년간 연 0.4%에 그쳤던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9%로 뛰었다. 경제 전체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 변동률도 2023년부터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경제 분위기가 바뀌면서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0.1%였던 정책금리를 0.1%로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탈출했다. 일본은행의 정책금리는 올해 1월 0.5%까지 올라갔고, 일본의 은행·증권사·보험사의 실적과 주가도 우상향 추세다.
책에서는 저출산·고령화로 시작된 일본의 자산관리 패러다임 변화부터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본 일본 경제 부활 요인, 인구변화가 부른 기업문화의 혁신을 소개한다. 저출산·고령화에 맞서 일본 정부가 도입한 자산관리 정책과 금융회사들이 이를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들은 연공서열 문화 대신 성과주의를 내세우게 됐고, 주 4일 근무제를 적극 도입해 근무시간을 줄이기도 했다.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부동산 신탁회사들은 오래된 도시 개발을 통해 변화를 주도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전환금융’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아시아의 유망 핀테크 업체들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무조건 일본 정부와 대기업들을 따라가자는 의미는 아니다. 책에는 한국이 과거 일본과 다른 점과 그 이유도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과 금융, 가계가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일본의 변화와 혁신은 바로 지금 한국에서도 필요하다는 것, 그것도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집필자들은 절실하게 느꼈다. 그것이 그저 단순한 벤치마킹이 아니라 우리 환경에 맞는 혁신적·전략적 선택이어야 함은 당연하다.”(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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