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두수 70년만에 최저 수준…사료작물 생산 차질까지 겹쳐
호주산으로 수요 옮겨가…“관련 축산물 가격 연쇄적으로 올라”
최근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평년 대비 30% 이상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 육류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호주산 소고기와 수입·국내산 돼지고기 등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양상이다.
◆미국산 소고기 가격, 평년 대비 34.8%↑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산 소고기의 100g당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지난 24일 기준 448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961원) 대비 13.1%, 평년(3323원) 대비로는 무려 34.8% 오른 수치다.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은 미국 내 소고기 공급 감소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미국 내 소 사육 두수는 8720만 마리다. 195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뭄·한파 등 이상기후, 축산업 ‘직격탄’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는 여름철 가뭄과 겨울철 한파가 반복되며 목초지와 사료작물 재배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2023년에는 미국 전역의 약 60%가 가뭄재해 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사육 여건이 악화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사료비 상승까지 겹치며 생산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대체재 수요 증가…연쇄 가격 인상
미국산 소고기 가격 급등에 따라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호주산 소고기나 돼지고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제품의 가격도 함께 상승하는 추세다.
호주산 소고기(갈비·냉동)의 100g당 소비자가격은 4408원으로, 전년(3923원) 대비 12.4%, 평년(3512원)보다 25.5% 올랐다.
수입산 돼지고기(삼겹살·냉동)는 100g당 1464원으로 평년 대비 약 4% 상승했다. 국내산 돼지고기(삼겹살·냉동)는 2750원으로 전년보다 4.0%, 평년 대비 4.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가격 상승, 구조적 요인에 기인”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산 소고기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사육 두수 감소와 사료 작물 생산 차질 등 공급 측 요인에 기반한 구조적인 문제”라며 “수출 가능한 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생산비도 함께 상승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여파로 소비자들이 대체 육류로 수요를 옮기면서 관련 축산물 전반의 가격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후 변화와 사육 환경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축산물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입 경로의 다변화와 국내 축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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