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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50조 유동성 긴급 수혈, 이 정도로 ‘돈맥경화’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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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23 23:48:35 수정 : 2022-10-23 23: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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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자금경색이 심화하자 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고 산업은행 등이 운영하는 회사채·CP 매입 한도도 두 배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자금난에 처한 중소증권사에 3조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이런 정도로 기업의 돈줄이 꽉 막힌 ‘돈맥경화’가 풀릴지는 미지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호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번 사태는 강원도가 지난달 테마파크 ‘레고랜드’의 빚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레고랜드 사업의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기업회생 신청을 결정했다. 전임 최문순 지사가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긴 막대한 빚을 떠안지 않겠다는 정치적 결정인데 그 대가는 혹독했다. GJC가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한 2050억원어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지난 6일 부도 처리됐다. 정부나 마찬가지인 지방자치단체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강원도가 내년 1월 말까지 상환하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추 부총리도 “모든 지자체가 ABCP 지급보증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이런 뒷북대응이 또 없다.

파장은 컸다. 강원도의 디폴트선언은 가뜩이나 가파른 금리 인상 탓에 얼어붙은 채권시장을 패닉에 빠트리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채권시장에서 투매현상이 벌어지고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우량기업이 채권발행을 포기하는가 하면 한국전력 등 공기업조차 연 5%대의 고금리로도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증권·건설업계에는 부도설마저 나돈다.

정부대책에도 난제가 수두룩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물량이 70조원에 육박한다. 시중 자금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 한국전력과 은행채를 소화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이 공공기관채와 은행채 매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한다지만 그동안 돈줄을 조여온 긴축기조와 배치된다.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채권을 사들여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가뜩이나 주식·부동산 등 자산 거품이 꺼지는 판이다. 자금경색이 실물경제로 파급돼 2008년 금융위기가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 통화·재정, 거시·미시정책의 정교한 조합이 필요한 때다. 정부와 한은은 기업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주되 유동성 확대가 몰고 올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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