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새벽 전술핵 운용 부대에 배치된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 시험 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2발은 서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 궤도를 따라 1만234초(2시간50분34초)를 비행해 2000㎞계선의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도 했다. 이번 순항미사일의 사정권에는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과 대만까지도 들어온다. 순항미사일은 비행 궤도가 자유롭고, 수십m까지 저공 비행할 수 있어 탄도미사일, 방사포와 섞어 쏘면 한·미 미사일 방어 등 ‘3축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 순항미사일이라고 해서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런데도 합동참모본부는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하루 뒤, 그것도 북한 매체가 보도한 뒤에서야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도 아니고 제재대상도 아니어서 즉각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게 이유인데, 너무도 안이하다. 최근 북한 안보 위협의 심각성을 감안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순항미사일은 지난 1월과 8월 발사한 것과 비교했을 때 외관상 기종은 비슷해 보이지만 비행거리가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성능 개량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타격 대상에 따라 서로 다른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핵 투발 수단 다양화’를 언급한 점을 상기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는데 우리 군의 방어망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 5일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의 대응 차원에서 발사한 ‘현무-2C’ 미사일 낙탄 사고에 이어 같이 쏜 에이태큼스 2발 중 1발도 비행 도중 추적 신호가 끊겼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최종적으로 미사일이 표적에 명중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군은 당일 보도자료에서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현시했다”며 발사 성공으로 결론냈으니 어이가 없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뭉갠 것이다. 현무-2C 낙탄 지점도 당초 알려진 공군 부대 골프장이 아니고 부대 안 유류저장고 한가운데로 드러났다. 불발탄이 아니었으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것이다. 두 기종은 북한의 도발을 사전 탐지하고 선제공격으로 무력화하는 3축체계의 하나인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이러고서야 국민이 어떻게 군을 믿고 발 뻗고 잠잘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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