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광주 고교 답안지 해킹 유출, 허술한 입시관리 도마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22-07-27 23:03:10 수정 : 2022-07-27 23:03:10

인쇄 메일 url 공유 - +

광주광역시 대동고에서 또 중간·기말고사 답안지 유출사고가 터졌다. 2학년생 두 명이 심야시간에 교무실에 들어가 교사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1학기 중간고사 7과목, 기말고사 9과목 등 16과목의 시험지와 답을 빼돌렸다. 이들은 지난 4월 중간고사 이후 7월 근무공간이 학교 본관에서 별관으로 바뀐 교사의 자리를 사전에 파악하고 밤늦은 시간 택시를 타고 경비원들만 남은 학교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코딩 등 프로그래밍에 능숙한 이들은 일정 시간 컴퓨터 화면을 갈무리해 컴퓨터 내에 저장하는 악성코드까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했다고 보기엔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대범한 것이 놀랍다.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범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도 문제지만, 학교 측 대응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교무실 마다 방범·경비 설비는 작동하지 않았고, 폐쇄회로(CC)TV조차 없을 정도로 보안관리가 허술했다. 생명과학 시험에 오류 출제된 문항 1개가 수정됐는데, 범행 학생들이 수정되기 전 정답을 써내지 않았다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다. 이 학교는 4년 전에도 행정실장이 학부모 부탁을 받고 시험지를 빼돌렸다가 구속된 적이 있다. 시교육청은 학교 교장에게 정직 1개월, 교감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학교법인은 이를 무시했다. 당시 교감은 현재 교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두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성적 향상에 대한 부담이 컸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다”고 했다. 성적 압박에 시달리던 고교생의 단순 실수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중대하다. 4년 전 내신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의 숙명여고 사태를 잊어선 안 된다. 광주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퇴근 시 노트북을 잠금장치가 설치된 캐비닛에 보관하고, 교무실 출입구·창문도 잠금장치를 확인해 외부인 출입을 막으라고 지시했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다.

학생들의 범행 이유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우리 교육계의 성적 지상주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내 시험 등 허술한 내신 관리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3학년도 전국 대학 수시모집 인원은 올해보다 2%포인트 늘어난 77.9%에 이른다. 특히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이 내신 성적 위주의 수시모집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수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입시의 공정성이 흔들린다. 행여 이번 일로 해당 학교 학생들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해서도 안 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엔믹스 규진 '시크한 매력'
  • 나나 '매력적인 눈빛'
  • 박보영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