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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베 전 총리 피살, 민주주의 위협하는 정치테러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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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10 23:40:35 수정 : 2022-07-10 23: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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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일인 10일 일본 야마구치현 야마구치시에 있는 에지마 기요시 자민당 후보의 진영에서 관계자가 작업 중인 가운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진이 담긴 자민당 홍보물이 놓여 있다. 야마구치현은 8일 유세 중 총격을 당해 목숨을 잃은 아베 전 총리의 선거구(지역구)였다. 야마구치=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가두 유세를 하던 중 40대 남성이 쏜 사제 산탄총에 오른쪽 목 등을 맞고 심폐정지 상태에서 병원에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야마가미 데쓰야를 체포했다. 야마가미는 2002∼2005년 해상자위대에서 임기제 자위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소총 사격과 해체·조립 방법을 배웠으며, 인터넷에서 부품을 구매해 범죄에 사용된 총을 스스로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어머니가 빠진 종교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도 충격에 빠졌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테러는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용납돼선 안 된다. 전직 국가 최고 지도자를 잃은 일본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아베 전 총리 피습 사망은 일본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보질서에도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초대형 사건이다. 그는 현대 일본 우익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2006년 9월∼2007년 9월,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8년9개월 동안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재임 중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개헌을 추진하려 했고, 방위력 증강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는 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여러 차례 참배하며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역사에 대한 반성을 거부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에 반발해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규제 조치를 하는 등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사도광산 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도 그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어제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일본 언론은 아베 전 총리가 오랫동안 이끌었던 자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의 정치·사회 전반에 우경화 현상이 심화할 경우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려던 우리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사태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으로 구성된 조문 사절단을 서둘러 파견해 예를 갖춰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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