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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증하는 아동학대, 땜질처방으론 근절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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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5 23:34:13 수정 : 2022-05-05 23: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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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00번째 어린이날이었다. 아이들이 인격을 존중 받으며 행복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는 부모와 어른들의 마음이 깃든 날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5월 첫 번째 어린이날을 제정하며 내놓은 선언문의 요체도 바로 그것이다.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할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설치하도록) 하라.’ 나라의 소중한 자산인 어린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하자는 깊은 의미가 녹아 있다.

문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삶은 행복과 거리가 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동·청소년 행복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22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아동학대가 날로 심각해져 걱정스럽다. 2016년 1만8700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무려 65%나 증가했다.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때마다 대책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땜질 처방에 급급했으니 근절될 리 만무하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이 부모였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그릇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성착취물 범람도 아동학대와 무관치 않다.

어린이 인권 침해 유형은 다양하다. ‘놀 권리’ 침해도 아동학대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나치게 ‘노키즈 존’을 적용하다보니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많지 않다. 과도한 경쟁사회가 빚어낸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를 보호나 교육의 대상으로만 규정하지 않고 놀 권리 등 권리를 행사하는 직접적 주체로 인정하는 법안을 정부가 마련 중이고, 국회가 아동권리 관련 법안을 세밀하게 손질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어른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 1, 2위는 ‘어린이를 존중해주세요’, ‘어린이도 똑같은 사람입니다’라고 한다. 어른들이 얼마나 아이들의 인권 보호에 소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 인터넷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골린이’(골프+어린이, 골프 초보), ‘헬린이’(헬스+어린이, 헬스 초보) 등의 표현도 어린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는 만큼 사용을 막아야 한다. 어린이날이라고 선물을 사주는 것은 그들을 잠깐 기쁘게 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꿈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나라의 미래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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