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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보 우크라 대통령” 조롱하다 국제망신 자초한 李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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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01 00:03:43 수정 : 2022-03-01 00: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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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리더십 탓으로 돌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발언이 국제적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그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련 발언에 사과한 대선 후보’란 제목의 기사를 리트윗했다. 기사엔 이 후보가 지난달 25일 TV토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6개월 초보 정치인”이라고 표현하며 “초보 정치인이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트위터에 “한국의 좌파 대통령 후보가 러시아에 맞서는 젤렌스키를 비난했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 발언은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 등에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 무력을 사용해 주권국가 영토를 침범하고,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야만적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침공을 일제히 비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정치 초보’임을 부각하려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짧은 정치 경력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꼴이다.

이 후보의 해명과 사과도 문제다. 그는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 파주 현장 유세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이 많은데 제가 어제 방송토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도자만 무지하지 않으면 그런 걱정 전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후보의 우려와 달리 러시아의 침공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의 피신 권유를 뿌리치고 수도 키예프에 남아 결사 항전을 이끌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결집하면서 강력한 전쟁 지도자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정치 경력의 길고 짧음은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과 무관하다는 방증이다. 아무리 표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다른 나라 참상을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 후보는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이 국제사회에 한국을 어떻게 인식시킬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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