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일상회복 이후 감염 최악 치달아
文대통령 독단·오만이 재앙 불러
늑장·탁상행정도 국민 불신 키워
정치방역 멈추고 신뢰 복원해야

멕시코의 아즈텍, 페루의 잉카제국은 15∼16세기 신대륙에서 가장 강대했으며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그들은 정복자 스페인의 총·칼이 아니라 천연두 탓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쿠바에서 감염된 노예가 멕시코에 들어온 후 아즈텍 황제 등 수많은 사람이 숨졌다. 2000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약 100년 만에 16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유럽의 전염병은 수백만명의 잉카족도 몰살시켰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사회 역시 스페인 군대보다 먼저 진출했던 유럽의 병원균 탓에 붕괴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인류 문명의 탄생과 흥망성쇠를 다룬 명저 ‘총, 균,쇠’에서 유럽이 다른 대륙에 사악한 선물(각종 병원균)을 주지 않았다면 정복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렇듯 치명적 세균은 문명의 운명을 가름하고 역사의 큰 줄기를 바꿔왔다.

코로나19는 21세기 지구촌을 위협하는 대재앙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지난 2년간 세계 200여개국에서 2억7110만명이 감염됐고 530만명 이상이 숨졌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코로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이 바이러스는 후손을 양산해 1523개의 ‘혈통’으로 뻗어 나가며 59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오명돈 서울대 교수)된다. 전파력이 날로 커지는데도 델타변이처럼 독성은 오히려 강해진다. 전파력과 독성의 반비례가설도 통하지 않는다. 지난달 남아프리카에서 발원한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델타의 2배를 웃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대부분 국가에 퍼졌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주춘렬 논설위원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초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시작된 지 45일 만에 하루 8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쏟아진다. 위중증환자는 연일 역대 최대를 경신하며 900명대로 치솟았고 자고 나면 80∼90명이 숨진다.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중증병상은 꽉 찼고 입원 대기 중 숨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방역당국이 지난주부터 특별방역에 돌입했지만 소용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강화의견을 냈지만 문 대통령은 ‘후퇴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확진자가 1만명까지 늘 수 있다고 생각하며 대비했다”고 강변했다. 이런 인식은 안일함을 넘어 오만과 독단에 가깝다. 집단면역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귓등으로 흘렸다. 문 대통령은 높은 접종률만 믿고 기어이 지난달 초 일상회복을 강행했다. 엄중식 가천대 교수는 “신종 감염병의 불확실성 앞에 임전무퇴라는 자세로만 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방역당국도 늑장대처와 탁상행정을 남발하며 화를 키웠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중순 60대 이상이 주로 접종받은 아스트라제네카(AZ)의 경우 접종 완료 후 3개월이 지나면 감염 예방 효과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자료를 내놓고도 접종 간격 축소를 최소 20일 이상 미적거렸다. 최근 고령층에서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쏟아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부가 한 달여 전부터 행정명령을 수시로 발동해 병상확보를 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방역 패스도 엉망진창이다. 정부가 그 대상에 학원, 독서실, 도서관 등을 포함해 사실상 청소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자 학부모·학생은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한다. 위험도가 높은 교회와 백화점 등이 빠졌는데 정치논리를 빼곤 설명할 길이 없다. 그나마 식당·카페에 사람이 몰리자 시스템 과부하로 방역 패스가 먹통 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오죽하면 무능·무준비·무책임 ‘3무’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심각한 건 정책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다 보니 정책 실기와 엉터리조치가 반복되기 일쑤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불만과 비명이 터져 나오고 학생·학부모들의 백신 접종 기피현상까지 퍼진다.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는 2006년부터 앞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인구 추세를 따진 것인데 코로나 방역참사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앞날이 걱정스럽고 두렵다.


주춘렬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