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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이웃종교는 혐오 대상 아닌 복음 대상”

입력 : 2021-03-31 03:00:00 수정 : 2021-03-30 20: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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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교회’ 펴낸 손원영 교수
‘훼불사건’ 대리사과했다 교수직 파면
법원, 부당해고 인정해 복직 명했지만
교단, 사찰서 설교 이유로 재임용 거부

해직 직후 ‘대안적 교회상 100가지’ 제시
한국서 ‘제2 종교개혁’ 바라며 밤새 작성
“이웃종교와 상생 탄압 성경정신 위배”
굳게 잠긴 자신의 대학 연구실 앞에서 ‘종교평화는 이단이 아니다’는 손푯말을 들고 시위하는 손원영 교수.

“예수와 부처가 만난다면 부처는 불자뿐 아니라 이웃 종교에도 큰 가르침을 준 인류의 스승이자 진리의 도반이기에 서로 존중했을 것입니다. 예수보다 부처가 먼저 태어났으니 예수가 부처를 형님 혹은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요?”

“동학이나 기독교는 모두 다 하나님을 믿는 종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천도교와 기독교는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라고 믿습니다.”

“예수는 육바라밀을 실천한 보살입니다. 그분의 가르침과 또 십자가의 삶을 교훈 삼아 우리도 육바라밀을 잘 실천하게 하면, 이 땅에 있는 모든 중생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어느 날 홀연히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고 모두 열반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성철 스님이 지옥에 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철 스님과 같은 분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높은 세계를 경험하신 분이십니다.”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이런 말을 했다고 직장인 대학에서 교수직을 잃은 사람이 있다. 1999년부터 서울기독대학교에 근무하며 신학전문대학원장까지 역임한 손원영(54) 교수 겸 목사는 2016년 한 개신교 신자가 경북 김천의 개운사 법당에 들어가 불상을 훼손한 기사를 보고 기독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과의 글’을 쓰고, ‘개운사 돕기 모금 운동’을 펼친 게 죄가 되어 대학에서 파면당했다. 기독교인으로서 훼불사건 사과와 모금운동을 우상숭배의 죄를 지었다고 단죄한 것이다.

법원은 지난해 4월 부당해고로 인정해 원직복직을 명했지만, 교단에서는 모두에 소개한 손 교수의 발언과 성탄절에 사찰에서 설교했다는 또 다른 이유로 2년 가까이 재임용을 거부하고 있다.

경기도 여주의 사찰 주어사(走魚寺) 관련 손 교수 주장도 파격적이다. 주어사는 조선 말 정약전 이벽 등이 유교와 성경을 강학하다 서학을 반대하던 당국에 발각돼 이를 방조(傍助)한 스님들이 모두 처형된 곳이다. 손 교수는 “주어사는 유교와 불교 그리스도교가 만난 곳”이라며 “불교에 신세를 진 가톨릭과 기독교가 나서 주어사를 재건해 불교계에 기증하고 ‘종교평화의 성지’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웃종교 혹은 이교도에 대한 손 교수의 존중과 이해는 하해(河海)와 같다. “이웃종교는 기독교가 혐오해야 하는 적이 아니라, 우리가 넘어서야 할 산이요, 또 나를 가르치는 몽학선생입니다. 따라서 (제가 주장하는) 종교평화는 이단이 아니요, 오히려 복음을 복음되게 하는 중요한 측면입니다.”

1인 시위를 위해 요즘도 학교에 가는 손 교수는 “단순히 나의 복직을 주장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이웃종교를 혐오하는 학교 당국에 ‘이웃종교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복음으로 완성해야 할 대상임’을 전하기 위해 간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정통 기독교가 경계하는 ‘이단’에 대해서도 손 교수는 기존 목사들의 보편적 인식인 ‘적대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이단은 예수 당시부터 있었다. 예수 역시 이단으로 몰려 유대 지도자들에 의해 십자가에 희생되었다”며 “이단 문제에 대하여 역설적이게도 긴장을 동반한 양가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하나는 신앙공동체를 파괴하는 잘못된 이단을 엄격히 반대하며 깨어서 경계해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예수처럼 기꺼이 이단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의 이러한 열린 신앙에 대해 소속 교단은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의 신앙 정체성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외려 그를 종교다원론을 펴는 이단으로 몰고 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외국에선 종교를 이유로 전쟁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래도 비교적 종교 간의 화해나 평화가 잘 지켜지고 있다”며 “교회에서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이들이나 다른 종교를 미워하고 또 미워하도록 부추기는 그런 일은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종교 간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활동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고 다짐했다.

손 교수는 2017년 해직 직후부터 부패한 한국 교회에 저항하며 페이스북에 연재한 ‘한국 교회에 대한 꿈 100가지’를 엮어 최근 ‘내가 꿈꾸는 교회’(모시는사람들·사진)를 펴냈다. 2017년은 마침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500년 전 루터가 중세 가톨릭교회에 저항하며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붙였듯, 그는 2017년 한국 교회에서 제2의 종교개혁을 바라며 100개의 항목을 써 내려 갔다.

“루터가 중세 가톨릭을 비판하던 500년 전과 지금의 한국 개신교를 비교해보니 그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나은 게 없어 보였어요. 그래서 지금의 문제를 극복한 참교회의 모습을 하나하나 적어봤어요. 저녁 먹고 시작했는데, 100가지를 적고 보니 이튿날 아침이었어요.”

그는 근본주의 신앙이라는 허울에 갇혀 온갖 부패·비리와 세습, 황금만능주의와 정죄로 신뢰 회복의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한국 교회를 다시 ‘개신(改新)’하려는 열망을 2년 이상 묵상하며 글로 풀어냈다. 특히 해직의 사유가 된 이웃종교와의 화해와 상생에 대해 “진정한 성경의 정신을 잘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사건을 통해 종교 간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웠고, 종교평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고백한다.

종교 간 화해, 종교평화주의자 손 교수가 하루라도 빨리 강단으로 돌아가 한국 교회가 ‘꿈꿀 수밖에 없는 교회: 사랑(愛)의 공동체’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책에는 본인의 꿈만이 아니라 한국 교회를 사랑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꿈이 담겨 있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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