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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왜 영재학교·과학고에 열광할까? [‘획일적 입시’의 대안, 학종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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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12 14:07:01 수정 : 2019-09-12 14: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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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고교서열화 고착화

요즘 대입은 ‘중3’이 승부처다. 고등학교 선택에 따라 사실상 대학이 결정되는 구조다. 고3 학부모 못지않게 바쁜 게 중3 학부모다. ‘영재학교-과학고-특목고·자사고-‘8학군’ 일반고-‘진짜’ 일반고’로 서열화한 고등학교 중에 어디로 보내는 게 나은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수많은 입학설명회를 챙겨야 하고, 인터넷 카페와 학원 등에서 고입 정보를 찾아 헤맨다. 고교 평준화 세대로 대부분 ‘뺑뺑이’로 불리는 추첨으로 고교에 입학했던 학부모들은 이런 낯선 현실이 짜증스럽기만 하다. 고교 평준화 이전 선배 세대가 무용담처럼 얘기하는 명문고와 비명문고 시대가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바로 이 ‘고교 서열화’ 문제를 정조준 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다”면서 “고교 서열화와 대학 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 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이번에는 과연 고교 서열화 문제를 해소할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왜 요즘 깬(?) 학부모들은 영재학교와 과학고에 열광할까.

 

대입으로 가는 가장 정확하고 빠른 지름길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영재학교의 서울대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의 입시결과를 보면 답이 나온다. 다른 명문 특목고나 자사고의 서울대 합격률이 10~20%라면, 영재학교는 40~50%에 육박한다. 

 

영재학교 입시 경쟁률은 서울대 경쟁률보다 더 높다. 2018년도 기준으로 영재고 입시 전체 선발인원은 860명, 지원자는 1만1455명으로 13.32대1을 기록했다. 2018년도 서울대 입시의 수시 모집 평균 경쟁률이 7.2대1, 정시 모집 평균 경쟁률이 4.3대1이었다.

 

올해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온 이후 영재학교와 과학고 인기는 더 치솟았다.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중학생 학부모 457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5일부터 17일까지 선호하는 고등학교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영재학교는 전년도 같은 조사에서 선호도가 11.0%였는데 올해는 15.3%로 4.3%포인트 늘었다. 고교 유형별로 볼 때 가장 높은 증가세다. 민사고·하나고·상산고 등 이번에 재지정을 통과한 전국단위 자사고는 19.7%에서 22.5%로 2.8%포인트 증가했다. 과학고도 11.5%에서 13.4%로 1.9%포인트 증가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고교 입시 정책의 무풍지대가 된 영재학교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영재학교 경쟁률은 2019학년도 14.43대 1, 2020학년도 15.32대 1 등으로 상승세다.

 

전국 3대 자사고인 외대부고와 하나고,민사고의 인기 비결도 결국 대입 실적이다.

 

이들 세 학교의 2018학년도 서울대 수시 합격률은 16.4%였다. 100명 중 20위권 안에 들면 서울대 수시 가능권이고, 40위권까지는 서울대에 원서를 써볼 수 있는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학종)도 주요한 요인이다.

 

교육 과정 전반을 두루 정성평가하는 학종 체제에서 영재학교와 과학고, 전국형 자사고는 안전한 돌다리다.

 

중학교 최상위권 학생들이 입학한데다 교내에 과학 실험과 실습 기자재가 상대적으로 잘 구비되고, 교사들의 스펙도 우수해 학종에 최적화돼있다. 더욱이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기조를 택한 문재인정부에서조차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규제의 무풍지대였고, 전국형 자사고는 지정 취소를 대부분 피했다. 여건이 된다면 수험생과 학부모가 이 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들 학교를 준비하면서 기른 수학과 과학 실력은 대한민국 0.1%수준이니 그 어떤 입시에서도 최강자가 될 수 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전국단위 자사고 등은 ‘상위 0.1%’ 학생들이 가는 고교 서열화의 최상층에 자리하는 학교다. 합격하려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이른바 ‘속진’으로 불리는 선행학습이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사교육 없이는 대비할 수가 없어 ‘사교육 끝판왕’으로 불린다. 최근 영재학교와 과학고 대비 학원에서 진행하는 입학설명회 등에는 초등생 학부모들이 더 몰리고 있다. 영재학교는 1명당 영재고 입학 때까지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억6000만원~2억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고교 서열화를 없애겠다고 추진 중인 현 정부의 자사고 정책이 되레 사교육을 더 조장하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흙수저’ 학부모들은 숨이 턱 막힌다. 교육부는 추석 이후 일선 시도교육감, 대학 등과 본격적으로 고교서열화 개선 논의를 시작한다. 

 

이천종기자 skylee@segye.com

 

[‘획일적 입시’의 대안, 학종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①씁쓸한 방정식…‘학종=금수저 전형?’

http://www.segye.com/newsView/20190824502638

 

②‘깜깜이’ 학종…생(生)기부인가 ‘사(死)기부’인가

http://www.segye.com/newsView/20190824504536

 

③ ‘등골 브레이커’ 학종… 입시코디들만 배불린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90831502852

 

④사교육은 ‘훨훨’, 당국은 ‘뒷북’…불안 먹고 자란 '공공의 적' 학종

http://www.segye.com/newsView/20190901503741

 

⑤사라지는 개천용…무너진 교육 사다리

http://www.segye.com/newsView/2019090650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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