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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 속도전에 송두리째 무너지는 한국형 원전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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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7 23:23:59 수정 : 2019-06-18 00: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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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와중에 세계 최고의 한국형 원자력발전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한국형 경수로(APR-1400)의 핵심 기술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에 통째로 넘어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APR-1400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의 원천기술을 사들여 10년의 노력 끝에 개발한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다. 올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설계인증을 내줬을 정도로 안전성도 뛰어나다.

해외로 유출된 기술은 주제어반 제작 설계도와 원전 적정운영 진단 프로그램인 ‘냅스’(NAPS) 소프트웨어 등으로 추정된다. 이들 기술은 핵무기 개발에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원자력통제기술원의 허가 없이는 해외로 유출될 수 없다. 한수원 출신 간부들이 UAE의 바라카 원전으로 이직하면서 국내에서 취득한 원전 자료를 불법으로 빼돌렸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바라카 원전의 한국 독점 배제와 계약기간 단축이 이번 기술 유출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이 인력과 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킬 뿐 아니라 원전 수출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는 셈이다.

원전산업 생태계는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일감 절벽에 부딪힌 원전 업체들은 헐값에 회사를 매물로 내놓고 있다. 고급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대학과 대학원의 핵공학 전공 인력도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기술 인력의 산실인 카이스트(KAIST) 원자력·양자공학 신입생은 지난해 상·하반기 고작 4명에 그쳤다. 이런 지경인데도 정부는 탈원전 대안으로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소리만 한다. 최고의 원전 기술과 인력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무엇으로 해체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탈원전 정책은 40여년 동안 쌓아올린 우리의 원전 기술을 허무는 짓이다. 5년 단임 정부가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그런 국가적 자산을 파괴하는 것은 월권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원전은 “온난화를 막을,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이란 빌 게이츠의 말처럼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기존의 탈원전 정책을 접고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겪은 일본마저 원전 부활을 선언하지 않았는가. 이런 시대적 흐름에 눈을 감는다면 ‘불통 정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탈원전 페달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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