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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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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1 23:41:18 수정 : 2019-01-21 23: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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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고농도의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사용후 핵연료 관리 기본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책무를 방기한 것은 아니다. 두 해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대정부 권고 보고서를 만들어 냈지만 공론은 없고, 이해 관계자 간 갈등만 드러낸 반쪽짜리 공론화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이미 치러진 공론화는 재공론화를 거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효력은 이미 상실됐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재공론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정주용 한국교통대 교수·행정학

그렇다면 사용후 핵연료 재공론화 과정에서는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또 어떻게 운영돼야 할까. 이는 1차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과정을 곱씹어 보고, 공론화 과정 이후 큰 논란 없이 정부의 정책 결정으로 이어졌던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1차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이해 관계자의 참여 문제였다. 원자력계와 지역 주민대표, 환경단체, 에너지 관련 전문가를 공론화위원회 위원으로 참여시켜 심도 있는 공론을 유도했지만 위원회 출범 초기 환경단체는 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참여 자체를 거부했다. 공론화 과정에서도 이해 관계자 간의 갈등과 위원 간의 의견 불일치로 일부 위원이 중도 사퇴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는 위원회 구성에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와 달랐다. 공론화위원회 위원으로 이해 관계를 가진 인사가 참여하지 않았고, 중립적인 인사가 참여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했다. 그렇다고 이해 관계자가 배제된 것은 아니었다. 이해 관계자들이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고, 이해 관계자들이 만든 시나리오를 시민참여단이 선택하도록 했다. 즉, 위원회 위원으로 이해 관계자를 직접 참여시키지 않고, 일반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참여토록 했다.

사용후 핵연료 재공론화도 이러한 위원회 구성 방법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재공론화를 위해 사전준비단이 운영됐고, 그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가 참여했기에 공론화위원회에 이해 관계자를 직접 참여시킬 필요는 없다. 물론, 이해 관계자가 전혀 배제돼서도 안 될 것이다. 공론은 이해 관계자 간의 이견을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이해 관계자의 시각을 청취한 일반 국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일 수도 있다. 또한 공론화위원회에서 다룰 의제의 수가 너무 많아서도 안 될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는 원전 건설을 중단할지 말지에 대한 양자택일의 의제였고, 대입제도 개편공론화는 여러 가지 의제가 있었지만 이해 관계자가 4개의 대안으로 압축하면서 4지선다형 의제였다. 그러나 1차 공론화에서는 너무 많은 의제를 다루었다. 의제가 많으면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만 양산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 재공론화 과정에서는 의제의 수를 제한하고, 나머지 세부적인 의제는 향후 관리기본계획 결정 이후 전문가들이 논의해야 할 문제이다. 결국, 공론화의 성공조건은 공론화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와 직결된다. 모쪼록 올해부터 다시 공론화에 들어갈 사용후 핵연료 관리문제가 국민이 신뢰할 만한 수준에서 마무리돼 정부가 안전한 방폐물 관리의 책무를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주용 한국교통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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