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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굴레 벗은 문화예술계가 달라졌다

입력 : 2017-11-13 21:17:40 수정 : 2017-11-13 21: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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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배제 예술인·단체 속속 복권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부당하게 지원이 배제됐던 예술인들이 속속 복권되고, 축소·폐지된 지원 사업도 되살아나고 있다. 100점 만점을 받고도 떨어진 연출가 이윤택의 희곡은 정부 지원으로 무대에 오르고, 작가 김애란·안도현은 문인 지원사업으로 해외 행사에 참여했다. 문예지 지원도 재개됐으며 세종도서에서는 ‘블랙리스트 도서’들이 재등장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쓴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이 2000만원을 지원 받아 30분 분량의 쇼케이스용 오페라로 제작된다고 13일 밝혔다. 이 작품은 ‘2017~18년 오페라창작산실-오페라창작활동발굴지원’ 1·2차 심의를 통과했다. 내년 3~4월쯤 쇼케이스 실연 심사를 거쳐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되면 1억5000~2억8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 받고 완성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꽃을 바치는 시간’은 2015년 문화예술위 아르코 문화창작기금 희곡 분야 심사에서 1위에 올랐음에도 최종 탈락했다. 이윤택 연출은 2012년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후보 지지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돼 2014년부터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다.

공연·문학·출판계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그림자가 걷히고 피해 예술인과 단체들이 속속 복권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문화예술위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작에서 탈락했으나 이번에는 선정된 극단 놀땅의 ‘선을 넘는 자들’의 한 장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문화예술위가 최근 발표한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작에도 ‘블랙리스트 극단’들이 여럿 복귀했다. 선정된 22개 신작 중 극단 하땅세, 놀땅, 백수광부는 블랙리스트 피해를 본 단체들이다. ‘공연예술 창작산실’은 2015년 블랙리스트와 검열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데 도화선이 된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시를 받은 문화예술위는 당시 지원작으로 선정된 박근형 연출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취소시키도록 심사위원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1977년부터 공연장 대관 지원을 받아오다 2015년 대관 공모에 탈락해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로 꼽혔던 서울연극협회의 ‘서울연극제’는 연초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시인 안도현
소설가 김애란
문학계에서도 ‘블랙리스트 그림자’가 걷히고 있다. 지난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참가한 한국 작가 6명 중에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시인 안도현, 천양희, 소설가 김애란 등이 포함됐다. 특히 김애란은 문체부 지시를 받은 한국문학번역원에 의해 2015년 11월 미국 듀크대학에서 열린 북미 한국문학회의 초청 사업에서 배제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번 초청 기관도 한국문학번역원이다.

2015년부터 정부의 눈 밖에 나면서 지원이 끊기다시피 한 문예지 지원 사업도 재개됐다. 새 정부 출범 후 문체부는 5억원의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투입해 ‘우수문예지 발간지원 사업’을 근 2년 만에 되살렸다.

내년에는 예전대로 10억원의 지원예산이 편성돼 원상 복구된다. 작품 공모를 통해 1000만원씩의 창작 지원금을 주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도 지난해부터 3억원으로 줄었던 예산이 내년부터는 다시 10억원으로 늘어난다.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출판지원사업도 달라졌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올 상반기 세종도서 790종에는 ‘윤이상 평전’과 세월호 참사를 다룬 책, 블랙리스트에 올랐6던 작가의 책들이 다수 포함됐다. 세종도서는 정부가 전국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할 우수 도서를 선정해 종당 1000만원 이내로 구매해주는 대표적인 출판지원사업이다.

블랙리스트 논란 후 정부 기관들도 공정성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예술위는 올해부터 분야별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 1000명 가까운 후보자 풀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심의위원을 선발하고 있다. 출판진흥원도 올 상반기 세종도서 선정 때부터 학술단체와 학회 추천을 받아 분과별로 구성한 3~5배수의 후보군에서 추첨으로 심사위원을 정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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