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우리땅,우리생물] 최초의 포유류 닮은 ‘뾰족 주둥이’ 땃쥐

관련이슈 우리 땅, 우리 생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2-09-15 23:26:33 수정 : 2022-09-15 23:26:32
서문홍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인쇄 메일 url 공유 - +

며칠 전 강원 정선군 아우라지 강가에서 죽어 있는 땃쥐를 보았다. 좀 더 관찰하고 싶었는데 뒤를 걸어오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자리를 비켜주었다. 바로 그때 한 여성이 소스라치게 놀라곤 “쥐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속으로 ‘쥐가 맞긴 맞는데, 그 쥐가 아니고 땃쥐인데…’라고 생각했다.

 

땃쥐는 생쥐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오히려 고슴도치와 더 가까운 종이다. 최근 연구 결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포유류 화석은 땃쥐류의 먼 조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땃쥐는 땃쥐목 땃쥐과에 속하는데 땃쥐과는 한자로 첨서과(尖鼠科)로 불리기도 하며 ‘뾰족한 쥐’로 풀이된다. 뾰족한 코에 주둥이는 가늘고 눈은 바늘구멍처럼 작은 것이 특징이다. 땃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물속에서 헤엄을 치며 수서생물을 잡아먹는 ‘갯첨서’라는 종도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갯첨서는 채집과 목격 기록이 극히 드물지만, 북유럽과 유라시아 대륙에는 흔히 서식하고 있다.

 

땃쥐는 몸 옆면에 고약한 냄새를 내는 분비샘이 있다. 크기가 작아서 순할 것 같지만 이빨이 면도날처럼 날카로워 작은 동물들의 세계에서 땃쥐는 호랑이, 표범 못지않은 맹수로 알려져 있다. 보통 개나 고양이가 땃쥐를 만나면 죽이지만 먹지는 않는다. 반면 맹금류, 삵(살쾡이), 뱀 같은 야생동물은 땃쥐를 먹이로 이용한다.

 

우리나라에는 집쥐, 등줄쥐, 대륙밭쥐, 비단털쥐 등 ‘쥐’라고 불리는 여러 다양한 작은 야생동물이 있다. 영어에는 랫(Rat), 마우스(Mouse), 볼(Vole), 햄스터(Hamster) 등 쥐를 부르는 명칭이 많지만 우리는 그냥 모두 쥐라고 부른다. 우리가 살면서 만난 한 종, 한 생명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간다면 좋지 않을까. 곡식이 여물어가는 볕 좋은 가을은, 농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야생 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농부와 야생 쥐들이 모두 흡족할 만큼의 풍년을 기원해본다.


서문홍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최예나 '눈부신 미모'
  • 최예나 '눈부신 미모'
  • 있지 유나 ‘황금 골반 뽐내’
  • 채수빈 '완벽한 미모'
  • 이은지 ‘밥값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