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은 주주에게 이사해임청구권과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대표소송권 등 회사에 대한 각종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주주가 이러한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업무나 재산상태에 대해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상법 385조, 402조, 403조 등).
상법은 이사로 하여금 회사의 재무제표와 영업·감사보고서 등을 회사에 비치하여 주주와 채권자로 하여금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런 서류의 열람만으로는 주주가 위와 같은 상법상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법은 주주에게 재무제표의 기초를 이루는 회계 장부와 서류까지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는 권한(이하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자격을 모든 주주가 아닌 발행주식 총수 중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 즉 소수주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거부하지 못합니다(상법 466조).
한편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자본 감소, 신주 발행, 증자, 합병 또는 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또는 이전, 이익 배당 등의 행위를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채무자회생법 55조 1항), 회생계획에서 채무자의 자본 감소와 합병 등 일정한 사항을 정했다면 그에 관한 상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등(채무자회생법 264조 2항, 271조 3항, 272조 3, 4항 등) 상법에 의해 부여된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중요한 결의사항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권도 제한되어 그 청구가 당연히 거부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최근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 사건이 계속되던 중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서 회생을 이유로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인 소수주주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한바 있습니다(10월20일자 2020마6195 결정).
대법원은 먼저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상법 466조 1항의 적용이 배제된다거나 주주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상법 466조 1항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고, 상법 466조 1항에 따라 주주가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는 서류에는 회계 장부와 서류도 포함되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이해 관계인이 열람할 수 있는 서류(채무자 회사의 재산목록, 대차대조표 등)보다 그 범위가 넓은 만큼 이처럼 다른 이해 관계인과 구별되는 주주의 권리를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명문의 규정 없이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더라도 회생계획이 인가되기 전에 그 절차가 폐지되면, 회생채권 등의 면책 또는 권리의 변경 등의 효력 없이 채무자의 업무 수행권과 재산의 관리·처분권이 회복되므로, 이를 상정하면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주주가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을 행사할 필요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가 있으면 회사(회생절차 개시 후에는 회사의 관리인)는 그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여 거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의 효율적 희생이라는 목적을 위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는데, 주주가 회사의 회생을 방해할 목적으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주주의 청구가 정당한 목적이 없어 부당한 것이라고 보아 이를 거부할 수 있으므로, 청구 자체를 제한할 것까지는 없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취지입니다.
이상과 같이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더라도 소수주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의 행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회사의 관리인은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 행사 경위와 목적, 악의성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 고려하여 주주의 위 청구가 부당한지 판단하여 거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현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hyunjee.chung@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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