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잡으려던 추미애, 또 자책골?…법무부 특활비도 점검

국회 법사위원들, 현장 점검… 벼르는 野

9일 오전 출근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달 5일 국회에서 이 말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하고, 이튿날에는 대검찰청 감찰부에 대검과 각급 검찰청의 특활비 지급·배정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이 이번에는 특활비를 빌미로 또 다시 ‘윤석열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추 장관의 공세가 ‘자책골’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대검뿐 아니라 법무부의 특활비 내역까지 점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회 법사위원들은 9일 오후 2시 대검을 방문해 법무부와 대검의 특활비 지급 및 집행 서류를 열람하는 등 현장 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법무부 특활비 점검을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법무부는 특활비를 쓸 수 없게 돼 있는데도, 검찰에 내려간 특활비를 돌려받아 편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라며 추 장관의 지시를 질타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활비 문제가 “추 장관의 또 다른 자책골”이라고 강조하며 “법무부가 검찰 특활비를 돌려받아 썼다면, 예전에 청와대의 (국가정보원) 특활비 상납 문제와 다를 것이 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추 장관이) 최근 (윤 총장을 겨냥해) 4번이나 감찰을 지시한 것도 문제지만, 흠을 잡으려고 특활비 감찰을 지시한 것은 참으로 치졸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또 “추 장관이 자충수를 몇 번 뒀다”며 “‘드루킹 사건’도 사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발해서 시작돼 김경수 경남지사가 실형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은 검찰 특활비를 살펴보라는 추 장관의 지시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국정활동에 소요되는 경비’(기획재정부 정의)다. 보통 특활비는 집행 내용확인서만 붙이거나 이마저도 생략해 사용할 수 있어(감사원 지침) 어디에 쓰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추 장관의 이번 지시를 두고 야권에서는 법무부가 인사권에 이어 예산을 가지고도 검찰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여권에서는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윤 총장이 특활비를 정치자금처럼 쓰는 건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윤 총장이 대선에 나가느니 마느니 하는데 대선 후보가 대선을 1년 앞두고 84억원의 현금을 영수증 없이 집행한다”며 추 장관의 발언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태극기와 검찰기가 휘날리고 있다. 뉴스1

당시 대검은 추 장관과 여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검찰 특활비는 월별·분기별 집행계획을 세워 집행하고, 수사 상황 등에 따라 추가 집행한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추 장관은 이튿날 대검 감찰부에 대검과 각급 검찰청 부서별 전년도 동기 대비 지급·배정된 특활비 비교 내역, 특정 검사 또는 부서에 1회 500만원 이상이 지급·배정된 내역 등을 신속히 조사, 보고하라고 공개 지시했다.

이미 추 장관은 5일 국회에서 “(검찰) 특활비의 집행 기준이 없기 때문에 수사가 집중된 (서울)중앙지검마저도 수사비 지급이 과거와 같지 않아서 일선에서 애로를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고 한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산 바 있다. 추 장관의 이 발언은 윤 총장이 특활비를 측근(이 있는 지검)들에게만 과다 지급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이 중앙지검에 배정하는 특활비는 서울 동·남·북·서부지검과 인천·수원·의정부지검의 특활비를 합한 액수보다도 많다. 검찰 특활비는 수사와 정보수집 활동 등에 쓰인다. 올해 대검이 수령해 집행하는 특활비는 94억원, 내년 예산은 84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