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25년째 도청 당해” 황정민 진행 KBS 라디오 곡괭이 난동 40대 구속

법원 “증거 인멸 및 도망 염려”

KBS 라디오 홈페이지 갈무리.

생방송(보이는 라디오) 중이던 KBS 라디오 스튜디오 외벽 유리창을 곡괭이로 깨뜨리고 난동을 피운 혐의로 체포된 40대 남성이 지난 6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이 A(47)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A씨는 전날 오후 3시42분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공개 라디오홀 스튜디오 외벽 유리창을 곡괭이로 깨며 KBS 쿨FM(89.1㎒) ‘황정민의 뮤직쇼’ 생방송을 방해하고 난동을 부리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현장에서 “황정민 나와”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KBS 직원들에게 제압됐으며, 소지 중이던 가방에는 범행에 사용한 곡괭이 외에 가스총과 작은 곡괭이 2개가 더 들어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쳤을 뿐 그 외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다만 황 아나운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이유로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휴대전화가 25년째 도청 당하고 있는데 다들 말을 들어주지 않아 홧김에 그랬다”라고 다소 엉뚱한 진술을 했다. 

KBS 공영노조 제공.

사건 당시 A씨가 곡괭이로 유리창을 깨뜨리는 소리가 10초가량 생방송 되기도 했다. 황 아나운서는 급히 자리를 피했고, 게스트였던 김형규씨가 마무리 코멘트를 해 방송이 종료됐다.

KBS는 6일 공식 입장을 내고 황 아나운서가 즉시 자리를 피하며 진행자로서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단 지적에 관해 ‘제작진의 결정이었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괴한이 황정민 아나운서의 이름을 반복해서 외치고 당장 나오라며 위협했다. 유리창이 모두 깨져 침입이 가능했고, 흉기를 소지한 괴한을 직면해 생명을 위협받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면서 “황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괴한을 자극해 불의의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험을 막기 위해 제작진이 지목 당사자인 황정민 아나운서의 방송 진행을 멈추고 보호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이어 “황 아나운서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의 증상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하여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기에 현재 입원 치료 중”이라며 프로그램은 대체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KBS 경비업체가 A씨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KBS 공영노동조합(3노조) 등으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KBS는 “당시 매뉴얼대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라고 반박했다.

또 ‘재발 방지 대책’으로 KBS는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KBS 라디오를 사랑하는 청취자와 계속 교감하기 위해 오픈 스튜디오 외부에 경비 인력을 상근 배치하고, 파손된 유리창을 더욱 강화된 유리로 교체한다. 또한 스튜디오 내부에는 원터치로 개폐되는 철제 비상셔터를 설치하는 등 안전 담보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