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구하라법’이 필요한 이유… 순직 딸 퇴직금 가로챈 생모 “매달 1만원씩 냈다”

입력 : 2020-06-01 10:40:00 수정 : 2020-06-03 11:43:2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딸 장례식에도 안 오고 32년 만에 나타나 퇴직금 등 8000만원 수령 / 사망 시까지 월 91만원의 유족연금 받는다 / 생모 “전 남편이 딸들 못 만나게 했다”
본문과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순직한 딸의 유족급여 등을 32년 만에 나타난 생모(60대)가 가로챈 사건이 공분을 샀다. 이 생모는 딸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른바 ‘구하라법’을 국회에서 다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달 31일 전북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A씨(당시 32세)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수백건의 구조과정에서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을 앓았으며 충동조절 어려움과 인지기능 저하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관 휴직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근무 중 목격한 사고 장면이 반복해 떠오르는 증상으로 증세가 더 악화됐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재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그런데 생모인 B(65)씨가 32년 만에 갑자기 나타나 유족급여와 A씨 퇴직금 등 약 8000만원을 수령해갔다. 그는 사망할 때까지 매달 유족연금 91만원도 받게 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아버지 C(63)씨는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B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1988년 이혼 후 단 한 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는 딸인 A씨의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버지 C씨는 이혼 당시 각각 5살, 2살이던 두 딸을 홀로 30년 넘게 키웠다.

 

C씨의 소송 제기에 B씨는 법원 답변서를 통해 C씨가 딸들과의 접촉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딸들을 위해 수년간 청약통장에 매달 1만원씩 입금했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해당 사건의 선고는 오는 7월 이뤄진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왼쪽)씨와 그의 오빠인 구호인씨.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부모가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저버렸을 경우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일명 ‘구하라법’을 입법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당 입법 청원을 했던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 호인씨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가 처리해달라”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구씨는 이날 “하라는 평생을 친모로부터 버림받았던 트라우마와 친모에 대한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과 싸우며 살아갔다”면서 “하라는 생전에도 자신을 버린 친모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 공허함, 그리고 그리움을 자주 저에게 토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시는 바와 같이 2019년 11월 하라가 안타까운 사고로 떠났다”라면서 “친모는 우리 가족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주 역할을 자처하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장례식장 대화를 녹취하고, 조문 온 연예인들과 인증샷을 남기려고 하는 등 상식적으로 전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폭로해 공분을 일으켰다.

 

고 구하라씨는 지난해 11월24일 오후 6시9분쯤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친모는 20여년간 연락을 끊고 살았으나, 구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찾아와 재산 상속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소위를 열고 ‘구하라법’에 대해 다음 회기에 심사를 이어나가겠다는 ‘계속심사’를 결정했다. 그러나 해당 회의가 20대 국회 마지막 회의였던 만큼 법안은 사실상 폐기됐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뉴스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