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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거리며 90도로 인사하는 아이… ‘경주 스쿨존 사고 가해자 엄벌’ 청원도

입력 : 2020-05-31 09:16:27 수정 : 2020-06-03 11: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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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경주 스쿨존 사고 관련 청원 / 경찰, 고의성 유무 입증에 주력 / 피해 아동 A군 “가해자가 쫓아와 무서웠다“ 진술 / 가해자는 ‘고의성 없었다’ 주장 / 특수상해죄 혹은 민식이법 적용 여부에 관심 모여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영상 갈무리.

 

차량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어린이를 쫓아가다 들이받은 이른바 ‘경주 스쿨존 사고’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경찰은 합동수사반까지 꾸렸지만 고의성 유무를 밝히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해자에게 ‘특수상해죄’를 적용할지, 아니면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할지 법리적 판단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2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경주 스쿨존 사고 가해자 엄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31일 오전 9시 기준 1400여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 갈무리.

 

청원인은 “경주 스쿨존 사고 영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새로운 CCTV 영상을 보니 사고 이후 (가해자가) 아이를 다그치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었다”면서 “사전에 아이들간 어떠한 일이 있었을지 명백하게 나오지 않지만 성인 여성이 한 행동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민식이법’으로도 온 국민이 스쿨존에서 조심하는 시대에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범죄행위에 대해 엄벌하고 신상공개를 통해 이러한 범죄사고 재발생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는 지난 25일 오후 1시38분쯤 경주 동천동 동천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했다. 

 

도로 인근에 설치된 CCTV에는 흰색 SUV 차량이 모퉁이를 돌아 앞서가던 A(9)군 자전거 뒷부분을 들이받은 모습이 담겼다. 이 사고로 쓰러진 A군은 오른쪽 다리를 다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영상 갈무리.

 

해당 사고를 수사 중인 경북 경주경찰서는 지난 29일 피해 아동인 A군을 불러 조사했다. 또한 사안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교통범죄수사팀과 형사팀으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당시 A군은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는데 ‘멈춰 봐라’라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 쫓아와 무서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군이 차에 부딪혀 쓰러진 후에 일어나 되레 운전자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A군의 친누나 B씨는 같은 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서 한 첫 마디가 ‘너 왜 때렸니?’였다”고 주장했다.

 

가해 운전자인 C씨는 놀이터에서 A군이 자신의 딸을 때리고 도망갔다고 주장했는데, B씨는 이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놀이터)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니 (C씨가) 동생을 10분 넘게 혼냈다”고 했다.

 

A군 친누나 B씨 인스타그램 영상 갈무리.

 

앞서 B씨는 C씨의 ‘고의 사고’를 주장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파장이 일었다.

 

그는 사고 다음날인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가해자 C씨가)사실 아이들끼리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동생을 쫓아와 역주행까지 해가며, 중앙선까지 침범하고 고의적으로 아이를 들이받았다”라며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등도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고 적었다.

 

B씨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코너 구간은 대부분 서행하고, 무언가에 부딪혔다는 느낌이 들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다”라며 “하지만 영상 속 운전자는 급브레이크는커녕 오히려 자전거 바퀴가, 그리고 아이의 다리가 밟힐 때까지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거침없이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치고 나간다. 영상을 보면 차가 덜컹거린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D씨는) 차에 내려서도 동생에게 괜찮으냐 소리 한마디 안했다”라면서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넘어가지 않고, 왼쪽으로 넘어갔다면 정말 끔찍하다. 이 것은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C씨는 사고 당일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A군)에게 잠시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그냥 가버려 뒤따라가다가 사고를 냈을 뿐 고의로 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보호구역 자료사진. 연합뉴스

 

한편,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의 자전거를 세우려고 일부러 들이받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특수상해죄가 성립되지만, 그게 아니라 그냥 쫓아가려고 급하게 우회전하다 코너를 돌다 일어난 사고라면 ‘민식이법’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가해자 C씨의 고의성이 인정돼 특수상해죄가 적용될 경우 징역 1년에서 10년까지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특수상해죄가 아닌 민식이법이 적용될 경우 1년에서 15년까지의 징역형, 또는 500에서 3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건의 경우 A군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500만원에서 700만원 정도 벌금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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