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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수위 높여가는 日…비상경영 나선 韓 기업들 "전면전 가면 피해 크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7-16 23:00:00 수정 : 2019-07-16 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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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호 국가 명단에서 韓 제외하겠다고 공언…전략물자 일본에서 수입할 때 일일이 일본 당국 허가받아야 / 일본 수출규제 가하며 했던 주장 상당수 허위로 드러나…경제보복 정당성 흔들려, 불순한 의도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도 있어 / 전문가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외 정밀화학 소재 다음 타깃 될 것"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규제를 가하며 나날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일본이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국가안보상의 우호 국가(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렇게 되면 규제가 적용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뿐 아니라 1100여개 품목에 달하는 전략물자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할 때 일일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빼려는 조치를 예고하면서 내놓은 논리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전략물자의 북한 밀반출 의혹이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양국의 신뢰 관계 훼손도 거론했지만, 이는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수출규제 규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자기들이 판단할 때 정부 간 협정인 한일 청구권 협정을 거스른 판결에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한국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해 수출규제를 합리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전략물자 북한 반출설을 흘리며 우리를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낙인 찍으려 했지만, 오히려 자기들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 사례만 다수가 밝혀졌다. 지금까지 일본이 주장한 수출규제 근거 자체가 상당 부분 설득력을 잃어버린 실정이다.

 

이처럼 일본 주장이 허위로 드러남에 따라 수출규제 자체의 정당성이 부정 당하는 것을 넘어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일본이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과 첨단산업 분야에 타격을 줘 한국의 일본 추격을 견제하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외 탄소섬유, 공작기계, 접착제·도료 등 정밀화학 소재가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반발로 일본 제품 불매에 이어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실제 최근 일본 여행 신규 예약 건수가 예년보다 크게 줄었으며, 예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과 교수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이 아베 정권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 여행 거부 여론에 더욱 불이 붙고 있는 모습이다.

 

장 교수는 방송에서 "(일본) 지방 중소 도시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 데에는 상인이라든지 숙박업이라든지 지역 경제에 바로 피해가 느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의 말대로 우리 국민이 일본 여행을 계속 거부하고, 이러한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한다면 일본 관광 산업은 일정 부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을 여행하는 외국인 중 한국인이 거의 4명 중 1명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정욱 교수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 아베 정권에 상당한 타격"

 

일본 정부 관광국(JNTO)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는 753만9000명으로, 전체 일본 방문객 3119만2천명의 24.1%를 차지했다. 838만명(26.8%)으로 가장 많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두 국가의 일본 여행객 비중 차이는 2.7%포인트로 낮은 편인데, 3∼4위로 나타난 대만 15.2%(475만7000명), 홍콩 7.0%(220만8000명)와 비교하면 중국과 한국의 점유율이 월등히 높다.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2003년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지난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을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한국인이 일본 여행에서 쓰는 돈도 연간 수조원에 이른다.

 

NHK가 지난 1월 일본 관광청을 인용해 보도한 기사를 보면 한국인은 작년에 일본을 여행하면서 약 54억달러(약 6조3552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쓴 415억달러(약 48조8455억원)의 13% 수준이다. 이 또한 34%로 집계된 중국(140억달러·약 16조478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 지방 중소 도시에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다는 진단 역시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JNTO 통계를 보면 2017년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곳 1·2위는 각각 오사카(33.8%)와 후쿠오카(23.5%)였다.

 

수도인 도쿄는 21.4%로 3위에 그쳤는데, 일본을 찾는 전체 외국인 여행객 중 46.2%가 도쿄를 택해 1위를 차지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한국인은 이 밖에도 교토(17.1%), 시바(14.0%), 오이타(10.6%), 오키나와(9.5%). 홋카이도(6.8%) 등도 많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中 신화통신 "한일 갈등 격화, 단기간 내 관계 회복 어려울 듯"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일 갈등이 격화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 관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16일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한일 양국 정부가 지난 12일 무역 갈등과 관련해 도쿄에서 실무급 협의를 가졌지만, 다음 협의 시기도 정하지 못한 채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헤어졌다며 양국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평가했다.

 

이 통신은 애널리스트 분석을 인용해 일본은 무역 갈등 속에 강경한 태도로 공세를 취하는 반면, 한국은 수세에 몰린 모양새로 동원할 카드가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무역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역사 문제에서 양측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양국 관계를 단기간 내에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신은 도쿄에서 열렸던 한일 간 실무급 협의가 일본 경제산업성 별관의 허름한 방에서 열린 점을 주목하면서 "양측의 반응으로 볼 때 한국은 일본과 협상을 통해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길 바라지만 일본은 소극적이고 수출 규제를 해제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화통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예를 들어 상대방 국가가 약정을 준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우대국 조치를 해줄 수 없다고 말해 속내를 드러냈다면서 이는 일본 국회 참의원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오르기 위한 것으로 봤다.

 

통신은 "아베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품목 3가지가 모두 한국의 대(對)일본 의존도가 높은 제품인 데다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직격탄이 된다는 점에서 이런 선택은 한국을 고통스럽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이번 협상에 임한 일본의 태도로 볼 때 아베 정부는 아직 손을 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이 개입해 조정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의 태도는 적극적이지 않다"면서 미국 전문가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일 갈등, 중국에겐 되레 기회?

 

신화통신은 최근 한일 갈등의 뇌관이 된 것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외에 위안부 문제도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역사 문제에서 일본에 대한 태도가 단호하고 아베 정부 또한 역사의 짐을 털어버리는 방안을 강구해와서 양측이 역사 문제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이날 한일 갈등의 주요 쟁점을 자세히 소개하는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환구시보는 한일 양국의 갈등이 중국 산업계에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양국 갈등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중국 기업의 생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세계화 시대에는 메모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같이 한 제품이 종종 여러 국가의 참여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 신 회장은 일본 출장의 성과, 일본과의 가교역할 계획, 한국 내 일제 불매운동에 따른 사업상의 영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어 "일본이 반도체와 OLED의 원재료를 만들어 한국에 수출하면 한국은 반도체와 OLED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 제품들을 가지고 휴대전화나 TV 등 완성품을 만든다"면서 "만약 한국 기업의 부품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휴대전화 생산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또 "한국 기업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핵심 기술이나 원재료 개발의 필요성을 반드시 느낄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중국이 한국이 찾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文, 일본 의도대로 '백기투항'하지 않겠다는 의지 피력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사태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며 국론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일본의 의도대로 '백기투항'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민적 단합을 바탕으로 주요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정치권 차원에서도 초당적으로 이 문제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여야 5당 대표와 회동하고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사태에 대해 논의한다.

 

당초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여야 대표 회동을 제의했지만 회동의 형식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여야에 초당적인 협력을 요청하고, 황 대표가 전향적인 입장을 표시하면서 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정부로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주요 부품·소재·장비 산업의 대일 의존도 축소 방안, 외교적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환영 입장을 표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한 것에 대해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들도 굉장히 갈구하는 사안이었고, 기업들에게는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수출 규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에게 단합된 힘을 보여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본과 '전면전' 바람직하지 않지만…

 

당초 '차분하고 냉정한 대응' 방침을 세웠던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서도 이제는 국민적 항일 의지와 애국심에 호소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3일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국채보상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한 민족의 우수함이 있다"며 "또 1990년대 이후 IMF 금 모으기를 해서 빚을 다 갚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가 똘똘 뭉쳐서 부품·소재와 관련해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일본이 우리 정부의 협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오히려 '화이트 리스트' 제외 등 보복 조치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 내에서 '전략물자 밀수출', '대북 제재 위반' 등과 같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더이상 '침착한 대응'은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정부는 현실적으로 일본의 조치에 맞대응을 하는 방식으로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측에 미칠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일본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아베 내각의 이번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과 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반한 심리를 참의원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꺼내들었던 아베 정부의 지지율은 오히려 한 달 전보다 크게 하락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일본 기업인들은 인터뷰에 응하며 부메랑 효과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호사카 교수는 또 "일본 언론은 이번 불매운동을 과거 사례와 비교하며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불매운동은 위로부터가 아닌 자발적으로 풀뿌리 운동처럼 번지고 있는데 아직은 일본이 이를 감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열기 갈수록 뜨거워져

 

국내에서 불매운동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은 48.0%에 불과했지만 '향후에 참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66.8%까지 높아졌다. 지난 12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불매운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7%에 달했다.

 

주요 부품·소재·장비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축소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는 사실상 전면적인 산업 구조 개편이나 다름없어 이전 정부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 개편을 위해 기업에 예산·세제 등의 혜택을 주면 진보 진영에서는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보수 세력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을 극복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의지가 높아져 있는 현 상황에서는 산업 체질 개선에 대한 국론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일을 우리 경제의 전화위복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5당 대표 회동에서 대일 의존도 축소 방안에 대한 각 당의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을 1200억원 이상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하고 조속한 처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정부가 대일 특사 파견 등 외교적인 해법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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