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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반바지 못 입나” vs “예의·격식 지켜야”

입력 : 2019-07-07 13:00:00 수정 : 2019-07-07 11: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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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성 직장인 반바지 허용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맨 앞)이 지난 3일 직원들과 함께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서울의 낮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지난 5일 낮 12시쯤. 관공서와 대기업이 밀집한 광화문 일대는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인파로 붐볐다. 남성 직장인들의 경우 상의는 반팔 차림이 두 명 중 한 명꼴로 흔했지만, 바지는 하나 같이 긴바지뿐이었다. 짧은 치마나 바지는 물론, 민소매 상의나 샌들 차림을 해 시원해 보이는 여성 직장인들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남성 직장인들의 반바지 착용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어느 유행가 가사의 ‘여름 교복이 / 반바지라면 / 깔끔하고 시원해 / 괜찮을 텐데’란 구절처럼 반바지가 긴바지보다 시원하고 편하다는 건 상식이지만, 사회 분위기나 주변인들의 시선 탓에 반바지를 입고 싶어도 못 입는 사람이 많다.

 

◆공직사회에 부는 자율화 바람… 사기업도 동참

 

남성 직장인들의 복장 제한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몇해 전부터 시원한 업무복장을 뜻하는 ‘쿨비즈(Cool-biz)’가 유행하면서 업무 효율성과 실용성 등을 내세워 남성들도 반바지를 입게 해달라는 분위기가 조성된 결과다. 최근 들어서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2012년부터 매년 6∼8월 반바지와 샌들 차림을 허용하고 있는 서울시를 필두로 지난해에는 수원시, 이달 들어서는 경기도와 창원시, 부산시 등이 동참했다. 이들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시장이나 도지사가 솔선수범해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거나 반바지 패션쇼를 여는 등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남성의류 매장을 찾은 고객이 ‘쿨비즈(Cool-biz)’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같은 민간기업들도 임직원에게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유행가에도 등장한 중·고교생들의 하복 역시 반바지로 바꾼 학교가 상당수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복장 제한이 있거나 별다른 복장 관련 지침이 없어 반바지를 입기가 어려운 직장들에서도 “반바지 허용 행렬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7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직장인 17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6%가 ‘회사에 복장 제한 규정이 있다’고 응답했다. 복장 제한이 있는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복장 제한으로 인해 불편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응답자의 78.7%는 반바지와 샌들을 허용하는 수준의 복장 자유화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반바지 허용해도 참여 저조… “부적절” 지적도

 

그러나 막상 반바지 등 복장 자율화를 실시하는 직장들에서도 남자 직원들의 참여율은 저조한 편이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휴일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는 반바지를 자주 입는 편인데, 아직까지 출근 할 때 입고 와본 적은 없다”며 “나도 모르게 주변 시선이나 민원인들을 의식하게 돼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상사가 대놓고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다.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한 대기업에 재직 중인 정모(32)씨는 “지난해 무더운 여름 날 큰 맘 먹고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갔는데 팀장부터 선배들까지 내게 ‘왜 입었느냐’며 나무랐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 경기도청의 한 공무원이 반바지를 입고 걸어가고 있다. 경기도 제공

남성의 반바지 착용이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는 예의나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 물류회사 임원인 김모(53)씨는 “직장 생활은 혼자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요즘은 긴바지도 소재가 좋아 시원한 게 많은데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반바지를 왜 입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아직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지 않은 지자체들은 공무원 복무규정과 내부 이견 등을 이유로 허용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과거에 비해 반바지나 샌들 착용이 많이 자유로워진 건 맞다”며 “이 문제에 관해 조직 내, 나아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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